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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상처받은 이들이여, 눈을 감고 이 음악을 들어라

등록 2016-10-31 15:20수정 2016-10-31 15:32

1집 낸 3인조 여성 밴드 구텐버즈 인터뷰
최근 1집을 낸 3인조 밴드 구텐버즈. 구텐버즈 제공
최근 1집을 낸 3인조 밴드 구텐버즈. 구텐버즈 제공

지난 9월27일 1집 <싱즈 왓 메이 해픈 온 유어 플래닛>(Things what may happen on your planet)을 낸 구텐버즈는 3인조 여성 밴드다. ‘구텐버즈’는 ‘9와 10 사이의 새들’이라는 뜻의 단어들을 독일어 발음처럼 엮어냈다. 비슷하게 구텐버즈는 가사를 만들어내면서 관습적인 말로 새로운 의미를 발굴하려고 노력한다. ‘가나다별곡’은 ‘가지 마라/ 나를 두고/ 다시 못올/ 라오는 깊은 곳으로’처럼 ‘가나다’로 시작하는 제약을 준 뒤 그것을 넘어 훨훨 난다. ‘다를 나를 만나는 날’의 제목은 미래에 대한 다짐을 글자를 하나 바꿔서 표현해냈다. 같은 노래에는 백제 노래 ‘정읍사’의 구절 ‘어긔야 어강됴리 아흐아흐 아흐 다롱디리 아흐아흐’을 후렴으로 넣었다. ‘킬 빌 혹은 우울한 달’은 ‘킬’의 목적어가 ‘빌’이기도 하고 ‘우울한 달’이기도 하다고 한다.

보컬·기타의 모호, 드럼의 무이, 베이스의 김서현의 얼굴을 보기 전에는 이 그룹의 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영상 보고도 남자야, 여자야, 하는 경우도 많아요.”(무이) 모호의 목소리는 남녀 성이 ‘모호’하게 중성적이고, 무이는 짧은 머리를 하고 있다. 2013년 남성 멤버였던 베이스 ‘말구’가 나간 뒤에 김서현을 영입했다. 멤버들은 성별을 둘러싼 말들에 태연하다. “실망만 안 하면 놀라는 건 괜찮죠. 보이는 대로 믿고, 보이는 대로 판단하는 거죠.”(모호)

얼굴을 보고 나면 ‘여성 밴드’라는 정체성에 비춰 곡들을 판단하게도 된다. 그들이 주요 소재로 삼는 우주와 바다의 너른 품이 허무하다거나 광막하다기보다는 포근하게 다가온다. ‘울렁이는 밤’ ‘밤신호’ ‘킬 빌 혹은 우울한 달’ ‘세일링 아웃’ 등 우주와 밤, 바다를 이미지로 하는 노래가 많다. ‘밤신호’는 밤중 떠도는 신호를 포착해내는 이야기인데, 앞뒤로 모스 부호를 넣었다. 각각 ‘하우 아 유’ ‘두 유 히어 미’라는 뜻이다. 모호는 “작은 점 먼지로 살고 있는 우리지만 서로 엮여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멤버들 다 곡을 완성해나갈 때 “이미지를 상상해가면서 만들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일링 아웃’은 엄마 우주선에서 아기 우주선이 도킹을 해제하고 우주로 나가는 광경을 생각했다. 베이스로 드럼 같은 소리를 내면서 두려움과 무서움을 표현하고, 풍랑과 회오리 등의 격렬함을 표현하며 여행의 위협을 표현하려고 했다. 끝에는 고요에서 번지는 희열이 담겼다.

그래서 실제 공연장에서 ‘돌고래와 헤엄치기’ 같은 곡을 연주할 때는 눈을 감고 들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살면서 겪는 감정들을 자연을 통해서 치유해내자 하는 점을 공통적으로 저희가 속에 품고 있는 것 같다.”(모호) ‘구텐버즈’의 음악을 들을 때는 눈을 감고, 떠오르는 대로 몸을 맡겨보길 권한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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