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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발레와 농악의 만남…정선아리랑에 실린 떼꾼과 색시의 군무

등록 2016-11-02 14:15수정 2016-11-02 21:43

서울발레시어터-연희단팔산대, 26·27일 ‘아리랑별곡’ 협연
서울발레시어터와 연희단팔산대가 협업해 올리는 농악과 발레의 만남 공연 <아리랑별곡>. 사진 한국문화의집 제공
서울발레시어터와 연희단팔산대가 협업해 올리는 농악과 발레의 만남 공연 <아리랑별곡>. 사진 한국문화의집 제공
“농악과 발레는 춤 중에서 서로 가장 먼 경계에 있다. 그러나 오로지 근육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가깝다. 무대는 계체량을 재는 저울이니 혹독한 훈련만이 생존법이고, 이 직선의 근육질 위에 곡선의 서정과 시적 상상력을 요하기에 두 춤은 닮은꼴이다. 바로 이 점이 절묘한 어울림을 꿈꾸게 한 것이다.”(진옥섭 한국문화의집 예술감독)

가장 고급스러운 서양무용 발레와 가장 민중적인 한국 연희 농악이 처음으로 무대에서 만난다. 토슈즈를 벗어던진 발레 대중화의 선두주자 ‘서울발레시어터’와 여성 호남농악단의 전통을 잇는 ‘연희단팔산대’가 이달 말 선보이는 <아리랑별곡>이다. 농악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4돌을 맞아 한국문화재재단이 주최하는 공연이다.

한 무대에서 일곱 편을 연달아 올리는 <아리랑별곡>에서 농악과 발레가 협업한 창작 초연작은 두 편으로, 공연 제목이 된 <아리랑별곡>과 대미를 장식하는 <당산벌림>이다.

먼저 <아리랑별곡>은 ‘정선아리랑’(정선아라리)을 주제로 삼아 발레와 농악을 한소끔 끓여낸다. 안무를 맡은 제임스 전 서울발레시어터 예술감독은 “제가 정선 전가다. 정선아리랑은 고향을 떠난 아버지의 입가에 언제나 맴돌던 노래로, 춤이 배어 나오는 다시없는 아름다운 선율”이라고 밝혔다.

정선아리랑은 19세기 경복궁 중건 때 떼꾼들이 정선의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서울로 실어 오면서 부르던 노래로, 경복궁 공사장에 퍼져 서울의 ‘아리랑타령’이 됐다. 훗날 고향으로 돌아간 인부들이 불러 지역마다 따로 아리랑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 정선아리랑이 모태가 된 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제임스 전은 떼꾼의 허무주의적 순환성에 주목했다. 우선 정선 아우라지에서 마포나루까지 남한강 1000리 물길을 따라 “아침밥이 사잣밥”이란 말처럼 목숨을 걸고 이어지는 여정을 안무 밑바탕으로 삼는다. 여기에 ‘떼돈’으로 불리는 목돈을 쥔 떼꾼과 이들을 후리는 주막 색시들의 유혹이 등장하며, 이윽고 돈을 탕진한 떼꾼들은 다시 목숨을 걸고 뗏목에 몸을 맡긴다.

제임스 전은 “푸른 천으로 거센 물살을 표현하고, 떼꾼 6명, 여성 6명의 군무와 독무, 2인무 등을 다양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안무는 음악과 스토리에 맞춰 느낌 중심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음악은 정선 본바닥 소리꾼인 홍동주, 최진실과 연희단팔산대가 받쳐준다.

또 하나의 창작 초연작 <당산벌림>은 경기·충청 농악에 바탕을 뒀다. ‘ㄷ’자 대형으로 서서 ㄷ자 안을 무대 삼아 독무나 군무를 펼친다.

김운태 연희단팔산대 연희감독은 어린 시절 유랑농악단 단장이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전국을 돌며 호남농악을 기반으로 방방곡곡의 농악을 섭렵했다. 김 연희감독이 ‘농악과 발레의 만남’으로 <당산벌림>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발레의 기본은 군무다. 농악도 군무가 우선이다. 발레에서 탁월한 춤꾼이 솔리스트인 것처럼, 농악에서도 ‘수장구’, ‘수법고’라는 악기 수장은 솔리스트가 돼 독무를 펼친다. ㄷ자 무대에 농악단원을 내보내고 또 발레단원을 맞이하며 정교한 테크닉, 비트가 중심이 된 현란한 디베르티스망(오락용 무용 모음)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김 연희감독이 선택한 만남이다. 안무는 정확히 짠 것이 아니라 적당한 틀을 주고 나머지는 춤꾼의 본능에 맡긴다.

두 창작 초연 외에, 연희단팔산대가 <문굿> <장한몽> <판굿>, 김운태의 <채상소고춤>을 펼치고, 서울발레시어터는 <각설이타령>과 <도시의 불빛>을 올린다. 오는 26일 오후 3시, 27일 오후 5시 서울 역삼동 엘지(LG)아트센터. (02)2005-0114, (02)3011-1720.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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