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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청춘들이 직접 그려낸 ‘노동 없는 시대’

등록 2016-11-21 16:17수정 2016-11-22 12:08

15~20일 10분희곡 릴레이 페스티벌
취업난·소통부재 등 다양한 시선 담아
‘등단 좁은 문’ 젊은 작가 발굴하고
축제 통해 ‘작가-연출-배우 네트워크’
15~20일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에서 마련한 10분희곡 릴레이 페스티벌에서 ‘우리 시대 희곡과 작가’ 포럼을 통해 정진새 작가가가 발언하고 있다. 서울연극센터 제공
15~20일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에서 마련한 10분희곡 릴레이 페스티벌에서 ‘우리 시대 희곡과 작가’ 포럼을 통해 정진새 작가가가 발언하고 있다. 서울연극센터 제공
이미 취업을 포기해야 할 30대 후반 ‘취준생’(취업준비생)은 그동안 구직광고와 경쟁자들의 ‘자소서’를 읽으며 ‘이러려고 내가 스펙을 쌓았나’ 하는 자괴감을 느낀다.(신영은 작, 김정민 연출 <양복 입은 남자>) 나이가 더 적어도 마찬가지. 20대 후반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 남자는 ‘죄인’이다. 변변한 직장이 없다 보니 동생 결혼 상대가 집에 온다는데 귀가하기 싫어 연장근무를 자청한다.(최지운 작, 변영진 연출 <연장근무>) 취직을 해도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끊임없는 야근은 개인을 소모품으로 만들고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젊은 직장인들은 자살을 선택한다.(남윤수 작, 권세미 연출 <무간옥>)

10분희곡 릴레이 페스티벌 포스터. 서울연극센터 제공
10분희곡 릴레이 페스티벌 포스터. 서울연극센터 제공
15~20일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가 마련한 ‘10분희곡 릴레이 페스티벌’에서 나타난 ‘노동 없는 시대, 젊은이들의 초상’이다.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과 취업은 물론, 가족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부조리한 사회, 소통의 부재에 대한 풍자 등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담았다.

연극전문 웹진 ‘연극인(in)’에 실린 10분짜리 단편 희곡을 무대에 올린 축제에는 젊은 극작가와 함께 회사원, 고3 수험생까지 다양한 극작가 지망생이 참여했다. 12편의 무대 공연, 16편의 낭독 공연, 1편의 깜짝 공연 등 모두 29편을 올려, 3회를 맞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아 참, <연장근무>에서 인상적인 대목 하나 더. 20대 후반 남자 알바에게 20대 초반 여자 알바는 대신 연장근무를 서겠다고 자청한다. 노동 없는 시대 청춘에게 건넨 한 줌 ‘온기’다. 그 갑남을녀는 어찌 될지, 쓰이지 않은 희곡의 결말이 무척 궁금하다.

하지만 고추바람이 맵짠 11월 말, 한국은 ‘구들장 시린 윗목’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뽁뽁이’를 온몸에 두르고 애써 잠을 청한다. 파손방지용 또는 단열재로 쓰이는 뽁뽁이가 방한용으로 둔갑했다. 뽁뽁이 공기주머니를 하나씩 터뜨릴 때마다 뽁! 뽁! 소원을 하나씩 빌자고 한다. 마치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 한 개비를 그을 때마다 소원을 빌듯, 크로키로 그려낸 부자의 삽화는 절박하지만 코믹하다.(장주은 작, 김기일 연출 <겨울나기>)

포럼도 마련했다. 김태희 연극평론가는 “기회가 적은 작가와 신진 연출가들의 창작을 지원하고 출판·공연을 통해 ‘이후’를 도모할 수 있게 해준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페스티벌을 통해 작가·연출·배우가 만나 작업을 하면서 젊은 연극인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참여작 29편은 <10분 릴레이 희곡집2>로 발간됐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서울연극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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