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현금 연주자 유경화. 사진 세종문화회관 제공
국악기의 숨은 1㎝ 매력을 보여주마!
철현금, 생황.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악기는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김대성, 김성국, 강상구가 이 악기들로 초연곡을 썼다. 낯선 악기와 초연곡이 만나는 연주회는 말하자면 ‘새로움이 두배’다.
먼저,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주 작곡가 김성국의 철현금 협주곡 <금(琴) 노래>는 국내 최고의 철현금 연주자인 유경화 서울시청소년국악단장이 직접 연주한다. 또 지난해 세계 시각장애인 경기대회 개막식 음악 총감독을 맡았던 강상구 작곡가의 생황 협주곡 <바람의 노래>는 주목받는 생황 연주자 김효영이 협연한다. 이와 함께, 한국의 슈베르트로 불리는 김대성 작곡가가 쓴 3개의 악기를 위한 협주곡 <지평선>은 생황·단소·철현금 3중주로 서울시청소년국악단 연주자들이 초연한다.
낯선 악기를 사용하는 위촉 초연곡 발표 무대는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이 멍석을 깔았다. 제45회 정기연주회 ‘우리 악기의 재발견 어나더 드림’ 공연으로 연주자와 작곡가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협업 프로젝트다.
#철현금 협주곡 <금 노래>
초연작으로 김성국 작곡, 유경화 연주다. 먼저 철현금이 어떤 악기인지 궁금하다. 거문고를 닮았지만 명주실이 아닌 쇠줄로 연주한다. 1940년대 말 남사당 출신 인간문화재 김영철이 거문고와 기타의 장점을 합쳐 만들었다. 8개의 쇠줄을 술대로 튕기거나 뜯어 연주한다. 거문고보다 저음이 풍성하고 고음은 더 예리하다. <금 노래>는 철현금을 최대한 살리고 국악관현악은 소리를 죽여 자제하도록 작곡했다. 특히 작곡가 김성국은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철현금의 주법을 도입했다. 유경화 연주자는 “너무 어려워 갑론을박을 거쳐 최종적으로 곡이 완성됐다. 특히 서울시청소년국악단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연습을 병행하려니 개인적으로 굉장히 벅찼다”고 했다. “악기를 타악기적으로 쓰면서 반음과 반음의 미세 음정을 현으로 구현하고 오른손으로는 술대를 퉁겨 리듬을 나눈다. 다채로운 음색과 리듬 분할이 특징이다.” 철현금은 20세기에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 대학에서 전공이 없는 ‘변방의 악기’로, 이번 연주는 예술가들이 악기를 다시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1년 전에 작품을 위촉했다.
#생황 협주곡 <바람의 노래>
역시 초연작으로 강상구 작곡, 김효영 연주다. 철현금과 마찬가지로 생소한 생황은 국악기 중 유일한 화음 악기다. 17개의 가느다란 대나무 관대가 통에 둥글게 박혀 있고, 관을 불어 소리를 낸다. 김효영 연주자는 <바람의 노래>에 대해 “전통 화성에 바탕을 둔 다채로운 화성을 사용하고 잘 짜인 관현악과 생황의 솔로가 조화롭다. 특히 독주자의 연주가 돋보일 수 있는 곡”이라고 했다. 그는 “전통 장단과 현대적인 선율이 어울려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어려운 점으로는 “국악 연주에서 보기 힘든 빠른 리듬과 계속되는 장단 변화 그리고 즉흥 연주”를 꼽았다. 연주자로서는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단소·생황·철현금을 위한 협주곡 <지평선>
김대성 작곡, 서울시청소년국악단 연주로 올리는 초연곡이다. 협연자는 단소 김태형, 생황 황세연, 철현금 한솔잎이다. 창단 11년째인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은 30살 이하 국악 연주자로 구성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국악의 미래를 실험하는 단체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 곡 이외에도 백대웅 작곡의 퉁소 협주곡 <만파식적의 노래> 등도 연주한다. <만파식적의 노래> 협연자는 중국 연변 ‘퉁소마을’ 출신의 최민이다. 연변예술대학교 민족기악학부 저대(북한대금)를 전공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예술전문사(석사)를 마친 연주자다. 오는 20일 저녁 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엠(M)씨어터. (02)399-1000.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