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니스트 존 비즐리가 이끄는 밴드 ‘몽케스트라’. 평창겨울음악제 제공
대관령 설원에서 재즈와 클래식음악이 깊게 입맞춤을 한다. 재즈는 해발 800m 고원을 휘감고, 클래식음악은 넉넉한 품에 재즈를 안는다.
“올해 평창겨울음악제 클래식 프로그램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굴다의 ‘첼로 콘체르토’,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과 같이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드는 작곡가들의 대표작들로 채웠습니다. 재즈 프로그램은 모던 재즈, 롤링스톤스의 히트곡, 그리고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불멸의 재즈 거장 텔로니어스 몽크의 명작들이 중심이 됩니다.”
첼리스트 정명화 평창겨울음악제 예술감독이 말한 대로 올해 음악제의 특징은 재즈다. 평창겨울올림픽을 1년2개월 앞두고 제2회 평창겨울음악제가 새달 15~19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5일 동안 모두 7번의 음악회에선 세계적인 재즈 연주자들과 국내외 정상급 클래식 음악가들이 무대를 채운다. 개·폐막 콘서트는 클래식과 재즈의 만남으로 꾸미고 따로 재즈 콘서트를 3번, 클래식 콘서트를 2번 진행한다.
재즈 피아니스트 존 비즐리. 평창겨울음악제 제공
재즈 음악가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2017 그래미상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프로듀서 존 비즐리, 롤링스톤스의 베이시스트 대릴 존스, 그와 함께 최근 앨범을 작업한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보컬리스트 웅산 등이다.
존 비즐리는 이번 음악제 메인 아티스트로 초빙됐다. 2013년 재즈 피아니스트 텔로니어스 몽크의 작품을 재해석해 대편성 재즈 오케스트라 버전의 앨범 <몽케스트라>(Monkestra)를 발매해 2017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또 지난해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가 참석해 화제가 된 텔레비전 콘서트 <백악관에서의 재즈>를 제작해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니모를 찾아서> <007 스펙터> <007 스카이폴> 등 블록버스터 영화음악에 참여하기도 했다.
비즐리는 이번에 몽케스트라가 아닌 7인조 밴드를 이끌며 모두 5번 연주회를 한다. 이 밴드에는 대릴 존스, ‘카를로스 산타나 밴드’와 같이 연주하는 진 코이가 포함됐다. 비즐리는 개막 콘서트에서 흡입력 있는 솔로 연주로 클래식, 블루스, 비밥부터 모던 재즈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밀도 있게 보여줄 예정이다.
클래식 음악가들의 명성도 뒤지지 않는다. 정명화, 손열음, 임지영, 이상 엔더스, 매기 피네건, ‘앤더슨 앤 로’ 등이 줄줄이 나선다. 개막 무대는 판소리 명인 안숙선과 정명화가 국악과 클래식음악의 협업무대로 꾸민다. 이 두 거장이 참여하는 연주곡은 임준희 작곡의 ‘판소리, 첼로, 피아노와 소리북을 위한 세 개의 사랑가’다.
클래식 무대에선 특히 영 스타들이 눈에 띈다. 얼마 전 워싱턴 인터내셔널 성악 콩쿠르에서 1위를 거머쥔 소프라노 매기 피네건,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피아노 듀오 ‘앤더슨 앤 로’, 주빈 메타·정명훈 등 지휘자와 협연한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로 성장한 피아니스트 손열음,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등이다. 다수의 국제 콩쿠르를 석권한 비올리스트 이한나, 클리블랜드 국제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피아니스트 김규연, 클라리네티스트 김상윤 등도 무대에 오른다.
정 예술감독은 “평창올림픽을 1년여 앞두고 세계 최정상급 음악인들이 펼치는 클래식, 재즈, 대중음악, 국악을 아우르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처음 열린 평창겨울음악제는 강원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강원문화재단이 주관한다. (033)240-1362.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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