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47년 음악인생을 결산하는 무대에 서는 ‘3대 테너’ 호세 카레라스. 크레디아 제공
“1976년 오페라 <토스카> 공연 때 처음 방문한 뒤 한국 무대에 여러 차례 섰습니다. 은퇴는 당연한 순리지만, 은퇴를 생각하면 벌써 우수에 젖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할 수 있었던 지난 47년은 축복이었습니다. 은퇴하는 날은 행복한 날이지 슬픈 날은 아닙니다.”
한국 나이로 일흔두살의 테너 호세 카레라스(사진). 그는 ‘신이 허락하는 한 노래를 멈출 순 없다. 무대는 마감하지만, 자선공연 등에는 꾸준히 오를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고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 플라시도 도밍고(76)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려온 그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한국 공연에 선다.
오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지막 월드 투어-음악과 함께한 인생’ 무대다. 2일 서울 광화문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그는 은발에 어울리는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요즘도 늘 연습한다는 그는 “테너의 목소리는 조심스럽게 다뤄줘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어떨 때 연습을 하고, 어떨 때 쉬어야 하는지 판단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태어난 카레라스는 테너 마리오 란차(1921~59) 주연의 영화 <위대한 카루소>를 보고 성악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베르디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세계 오페라극장의 러브콜을 받았다. 28살에 24개 오페라의 주역을 맡았고 90년 로마월드컵을 앞두고 파바로티·도밍고와 함께 ‘스리 테너’로 무대에 서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87년 백혈병과 맞서 힘든 투병 생활을 했지만 기적적으로 완치했다. 은퇴 뒤에는 ‘호세 카레라스 백혈병재단’ 활동에 전념할 예정이다.
2014년 내한공연 개막 직후 돌연 취소해 팬들의 우려를 낳았던 카레라스는 이번에는 “컨디션에 문제가 없다”며 자신의 대표곡들을 들려주겠다고 소개했다. 유명 오페라 아리아부터 카탈루냐 민요, 뮤지컬까지 카레라스 인생에 영향을 끼친 곡들로 프로그램을 짰다. 그는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과 함께했던 곡들, 모국어로 부르는 곡 등 하나하나 모두 내게 큰 영향을 준 곡들”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에는 조지아 출신의 소프라노 살로메 지치아가 함께한다. 지치아는 “어린 시절 카레라스는 제게 신 같은 존재였어요. 노래에 온 마음을 쏟아붓는 그의 열정을 존경합니다”라고 했다. 연주는 다비드 히메네스가 지휘하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맡는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크레디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