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의 2집 앨범 오피셜 티저. 세븐시즌스 제공
지코의 속도가 무섭다.
2월에 블락비의 ‘예스터데이’를 내고, <월간 윤종신> 2월호에 ‘와이파이’로 참여하고, 지난달 30일 시작된 <쇼미더머니6>에서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중에, 두 번째 미니앨범이 나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 편에 출연하면서 ‘지칠 때면’을 발표했다. 1집 앨범으로부터 1년 7개월 만이다. 아이돌 힙합 그룹 블락비로 활동하면서, 프로듀서로 종횡무진하면서 만들어진 2집 앨범은 <텔레비전>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나와 텔레비전 밖의 나, 그리고 텔레비전에 출연하기까지의 나를 담았다”고 지코는 서울시 마포구 시지브이(CGV) 홍대 지코관에서 12일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앨범에서 지코는 너무 바빠서 ‘연기’를 할 틈이 없는 듯이 자신을 그대로를 보여주는 데 열중한다. ‘지드래곤/ 권지용’ ‘자이언티/김해솔’ ‘아이유/이지은’처럼 올해의 한 트렌드가 된 듯한 ‘얼트 에고’의 콘셉트가 이제 지칠 법하다. 그중 ‘지코/ 우지호’가 가장 충실하고 적확하다. ‘안티’에서는 지코를 혐오하는 안티팬이 되어보고 ‘천재’에서는 제목의 괄호에 들어간 ‘비하인드 더 신’(Behind the Scene)처럼 ‘있어 보이는’ 뒤편의 악착 같은 백조의 발 움직임을 보여준다.
‘천재’를 비롯하여 지코의 ‘천재’적인 훅 능력이 2집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있어 보여 멋있어 보여”(‘천재’) “위 아 아티스트”(‘아티스트’) 등 중독성 훅에서 절정의 기량을 보인다. 이전의 노래가 이러한 천재적인 훅이 노래를 이끌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겹으로 싸인 곡의 운용 능력이 돋보인다. 기자간담회에서 지코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합에 중점을 두었다. 곡이 변하는 부분을 집중해서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티’는 지소울의 목소리와 키보드, 기타가 무섭다가 신나다가 분위기를 수시로 바꿔가며 전개된다. 가사에서는 “출세는 너가 다시 욕먹을 자격을 줬어” “연예인은 조명에 눈멀고 환호에 귀가 먹어서 보고 듣고도 손 못 써” “여긴 왕이야 소비자가” “나에게도 감사해” 등 스타에 대한 ‘안티팬’들의 모습이 신랄하게 나타난다. ‘팬시차일드’는 자신을 비롯해 크러쉬, 딘, 페노메코, 작곡가 스테이튠, 밀릭 등 92년생 크루 ‘팬시차일드’가 참여한 곡이다. ‘시즈 어 베이비’는 4월 선공개곡이고, 앨범에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버뮤다 트라이앵글’도 포함시켰다.
기자간담회도 파격으로 진행되었다. 곡을 설명한 뒤에 질의응답 없이 준비한 다큐멘터리 <트루먼쇼>를 통해 앨범 준비 과정을 보여줬다. ‘버뮤다 트라이앵글’에 나오는 대로 “시비(걸기)가 목적인 리뷰나 인터뷰”를 생각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신랄하지만 연기하지 않는 지코라는 콘셉트가 현실에서도 적중한다. 다큐멘터리에는 빈지노가 소속된 아트 크루를 앨범 아트를 위해서, 일본 댄서 리에하타를 ‘아티스트’ 뮤직비디오를 위해서 섭외하고, 피처링에 참여하는 래퍼들과 편곡자·연주자와 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기 때문에 편하”고 “까다롭게 굴지만 제일 만족도가 높다”고 앨범 참여자들은 말한다. 다큐멘터리에서 뮤지션 딘은 그를 ‘서퍼’에 비유한다. “파도 위에 있는 사람이다. 그 많은 파도를 물에 빠지며 즐기다 보니 어떤 파도가 밀려오든 중심을 잡고 해나가게 된다.” 끊임없이 파도를 타지 않으면 물에 빠지는 서퍼처럼 “티켓은 매진되고 바로 차기작에 매진”(‘버뮤다 트라이앵글’)하는 지코의 전성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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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블락비의 지코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CGV홍대에서 열린 미니앨범 <텔레비전>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