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가이 최정훈 대표가 지난 11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로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서 사진 취재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첼리스트 문지형의 앨범 <현대음악 첼로 독주집>(Cello Solo Pieces of the 20th Century)은 음반 레이블 오디오가이에서 만든 100번째 음반이다. 오디오가이는 재즈와 클래식, 그리고 현대음악과 국악 등 비주류 장르의 음반을 주로 만드는 레이블이다. 지금 음악 시장에서, 특히 한국과 같은 음반 시장에서 ‘100’이란 숫자와 문지형이라는 첼로 연주자, 그리고 현대음악이라는 조합은 상징적이다. 100이라는 의미 부여하기 좋은 숫자에 잘 안 팔릴 앨범을 내는 건 거꾸로 이 레이블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꼭 이 음반을 100번째로 하고 싶었어요. 어렵다고 하는 현대음악이잖아요. 그런 음악도 사람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지형이란 아티스트가 그리 유명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20세기 작곡가들의 무반주 첼로 음악인데 그걸 듣고 있으면 신기하고 좋거든요. 이런 음악을 100번째로 내면 그래도 조금은 더 사람들과 이 음악에 관해 얘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선택했어요.”
오디오가이 최정훈(41) 대표는 레이블 대표이며 동시에 리코딩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리코딩 엔지니어가 레이블을 만드는 건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는 리코딩 엔지니어가 차린 미국의 체스키 레코드나 텔라크 레코드를 모델로 삼아 2000년에 오디오가이 레코드를 설립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직접 녹음하고 제작까지 하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시작한 이상 40년은 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17년 정도 했으니 이제 절반 가까이 왔고 100장의 앨범이 만들어졌다.
1호 음반이었던 기타리스트 이성준의 <찬가>를 시작으로 박재천과 미연의 <퀸 앤 킹>, 강태환의 <소래화>, 이판근 프로젝트의 <어 랩소디 인 콜드 에이지>, 단편선과 선원들의 <뿔> 등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의미 있는 작품을 꾸준하게 만들어왔다. 강태환이나 박재천은 한국보다 오히려 외국에서 더 유명한 프리재즈 명인들이고, 이 앨범들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할 거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판매량을 생각하고 만들지 않는다”는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그런 걸 생각하면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어렵지만 재미있잖아요.”
그가 보람을 느끼는 건 100장의 앨범을 만드는 동안 오디오가이란 이름으로 음악 애호가들에게 신뢰를 쌓아왔다는 것이다. 오디오가이의 이름만 믿고 음반을 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는 “오디오가이가 늘 동시대의 좋은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전달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였다.
100장의 앨범 가운데 가장 아끼는 앨범을 묻자 그는 아직 나오지 않은 음반을 얘기했다. “이유화라는 피아니스트 앨범이 곧 나와요. 아르보 페르트(에스토니아 작곡가)의 피아노 연주 음반인데 제작자이며 엔지니어인 최정훈 일생의 역작이에요. 곧 나오니까 한 번 들어봐주세요.”
김학선/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