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경 시인 5주기를 맞아 ‘응암동 물질고아원’ 도록을 펴낸 맏아들 성기완씨는 서울 효자동 갤러리우물에서 열고 있는 회고전에서 부친의 대표작으로 ‘금강산 만물상’을 꼽았다. 성 시인이 금강산을 다녀온 뒤 철판·나사·도끼날·쇠파이프·장도리·철사 등 버려진 쇠붙이들로 만들었다. 사진 김경애 기자
“이 도록은 성찬경의 시각적인 작업들을 아카이빙한 최초의 문서다.”
부친 성찬경(1930~2013) 시인의 5주기를 맞아 장남 성기완, 이수경 부부가 <성찬경-응암동 물질고아원> 도록을 냈다. 2016년 3주기 때 화제가 됐던 두 차례 추모 전시회의 작품을 사진에 담아 정리한 것이다. 부부는 서울 효자동 갤러리우물에서 ‘나사여, 나의 금붙이여’ 제목으로 회고전(27일~3월3일)도 열고 있다.
“아버지는 생전에 주로 시인으로 공식적인 예술활동을 펼쳤지만 일상적으로 다양한 작품을 제작했고 많은 작품을 남겼어요. 자신의 생활공간 자체를 예술의 터전으로 삼은 까닭에 생전엔 전시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사를 비롯해 대부분 버려진 쇠붙이로 만든 작품들이어서 생활공간 속에서 눈처럼 사라지기 전에 문서화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컸어요.”
성찬경 5주기 회고전 ‘나사여, 나의 금붙이여’ 포스터. 갤러리우물 제공
시인이자 록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창립멤버로도 활약했던 성기완(밴드 아프로아시안싸운드액트·AASSA)씨는 ‘도록’ 머리글에서 “아버지는 비범한 분이셨다. 진정한 종합예술가였다. 생동감이 넘쳤다. 창작의 원천은 재미난 상상력이었다. 아마도 지금도 저세상에서 분수처럼 솟는 상상에 빠져 계실 것”이라고 소개했다.
“심장마비로 쓰러지시기 직전까지도 주워온 나사 등으로 뭔가를 만들고 계셨어요. 아직도 응암동 집에 정리해야 할 작품과 자료가 너무 많아요.”
마침 편집디자이너로 도록 작업을 주도한 며느리 이수경씨는 “작품을 오브제·실용품·그림과 글씨 등의 평면작업 세 덩어리로 분류했다. 가장 많은 오브제류는 나사로 만든 오브제, 넓은 의미에서 물질 고아로 만든 오브제, 부조 형태의 오브제로 나누었다. 각 장의 제목은 성찬경의 시에서 따왔고 그 첫 페이지에는 관련 시구를 덧붙였다”고 소개했다.
“시와 그림과 오브제가 어우러진 아버지의 일상은 조선 선비들의 문인화적 전통을 계승한 것이기도 해요. 술을 좋아한 생활인으로서, ‘시바스 리갈’의 은색 종이 상자를 기묘하게 접고 펼쳐 전등갓을 만들기도 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고 지금도 쓰고 있지요.”
실제로 전시 작품 하나하나에는 생전 나누었던 일상 추억들이 가득 깃들어 있어서 이야기가 끝이 없다. 그래서 부부는 전시작은 물론 유작들도 판매할 생각조차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아직 추운 계곡에 있다. 아니, 어느 곳에 있어도 그림자 속이다. 내게 드리운 그림자는 아버지라는 큰 새의 부재가 계속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것은 부재의 날갯짓이 드리운 그림자다. 그래서 나는 춥고, 외롭고, 쓸쓸하다. 틈틈이 그렇다.”(성기완)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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