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양주에서 열린 국내 슬로푸드 대회에서, 초청된 외국인들이 음식을 맛보고 있다. 2013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40여개국 음식 한자리에…맛 워크숍 등 행사 다채
사는 데 꼭 필요한 것들, 5가지만 꼽으라면 재밌게도 한 글자가 많다. 옷, 밥, 집, 꿈, 정 등. 그 중에서 밥이 으뜸이다. 건강한 먹을거리야말로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건강한 밥에 관한 신나는 축제가 한국에서 펼쳐진다. 오는 10월1일부터 6일간 ‘2013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2013 아시오 구수토. AsiO Gusto)가 경기도 남양주시 이패동에서 열린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살로네 델 구스토’와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유로 구스토’에 이어 아시아, 오세아니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슬로푸드 국제대회다. 40여 개국이 참여해 풍성한 음식과 맛을 한자리에 펼칠 예정이다.
대회에 앞서 지난 8월30일께 국제슬로푸드생명다양성재단은 잊혀져가는 한국의 종자와 음식을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공식 등재했다. ‘맛의 방주’는 사라져갈 위기에 처한 종자나 음식을 찾아내 기록하고 널리는 알리는 프로젝트다. 현재 76개국 1211종이 등록된 상태다.
제주도 푸른콩장, 경남 진주 앉은뱅이밀, 충남 논산 연산오계, 경북 울릉도 칡소와 섬말나리 등, 5가지다. 푸른콩장은 제주도 토종 종자인 푸린독새기콩으로 만든 장인데, 최근에는 이 콩을 활용한 화장품도 출시됐다. 50~80cm인 앉은뱅이밀은 다른 밀에 비해 키가 작아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약 100년의 역사를 가진 금곡정미소의 사장 백관실씨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국산 누룩을 제조하는 진주곡자공업연구소의 이진형씨는 “앉은뱅이밀로 만든 누룩은 향이 그윽하고 질이 우수하다”면서 “그 누룩을 넣어 만든 술은 일품이다”라고 말했다.
‘2013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가 열리는 남양주체육문화센터에는 오만가지 맛들이 고고한 자태로 채비를 마쳤다.
국제관에는 네팔의 치킨타카, 방글라데시의 싱가라, 우즈베키스탄의 샤실릭, 스리랑카의 카다라, 중국의 딤섬, 호주의 댄퍼 등, 좀처럼 맛보기 힘든 전통 음식들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서울 이태원동 소재 이탈리아레스토랑 ‘까사 안토니오’의 셰프는 이탈리아관에서 솜씨를 발휘하고, 프랑스관에는 프렌치 레스토랑 ‘줄라이’의 오세득 셰프가 건강한 우리 식재료를 활용한 프랑스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세득 셰프는 “사라져 가는 음식, 우리 몸에 좋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대회”라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음식업계의 월드컵 같은 거죠. 전국의 모든 농산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주제관에는 ‘맛의 방주’에 등록된 다양한 재료로 만든 음식과 미각교육현장, 한국의 대표적인 슬로푸드인 사찰음식 등을 볼 수 있다. 국내관에서 펼쳐지는 맛 워크숍에는 스타 셰프, 박찬일씨가 통종 오계에 관해 생산자와 대담을 한 후 시연하는 코너도 있다. 호주 장인의 소시지, 중국 차 명인에게 배우는 보이차, 토종벌, 토종쌀밥, 자연발효종 우리밀빵 등, 다채로운 워크숍 행사가 열린다. 국내관에는 맛 워크숍 이외에도 친환경가공식품과 로컬 푸드 등이 전시된다. 인근에 있는 용문사로 사찰음식 나들이 가는 행사와 초등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달리는 쿠킹스쿨’ 등의 체험행사들도 있다. 국내외 유기농 및 친환경생산자들이 참여하는 직거래 장터도 열려 장바구니 두둑하게 채워갈 기회도 열린다. 부대행사인 ‘세계의 거리음식’ 등도 재미를 더한다. 농장동물복지나 한국의 발효음식 등을 주제로 한 국제 컨퍼런스도 열려 우리의 시각을 넓혀준다. (http://www.asiogusto.org/031-590-8861~3)
박미향 기자mh@hani.co.kr
울릉도 칡소. 박미향 기자
섬말나리. 박미향 기자
2013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의 사전 행사로 열린 아시오 키즈 구스토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미각 체험을 하고 있다. 2013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