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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겨울 보성 차밭·벌교 고막을 찾아서

등록 2005-12-21 16:14수정 2005-12-22 14:11

차밭에 눈이 내려 사철 푸른 계단식 밭이 더욱 환해졌다. 전남 보성 (주)대한다업 보성관광다원의 차밭. 보성읍에서 율포 쪽으로 가는 18번 국도변 활성산 자락에 있다.
차밭에 눈이 내려 사철 푸른 계단식 밭이 더욱 환해졌다. 전남 보성 (주)대한다업 보성관광다원의 차밭. 보성읍에서 율포 쪽으로 가는 18번 국도변 활성산 자락에 있다.
순백의 잔물결 일렁이는 녹차밭, 갈퀴마다 한웅큼 쓸려나오는 고막, 졸깃·쌉싸름한 녹차·고막회 비빕밥, 보성 그곳에 가면 저절로 입 벌어진다

산자락에 층층이 깔린 차밭 풍경은 5월에 가장 아름답다. 한겨울 차밭 풍경은 어떨까. 굽이치는 밭이랑은 찬바람 속에서도 변함없이 푸르른 모습으로 각별한 경치를 보여준다. 이 사철 푸른 차밭에 눈이 쌓이면 5월과는 또다른 눈부신 경관이 연출된다. 차밭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보성의 겨울 풍경을 만나러 간다. 녹차의 풍미와 제철 맞은 벌교 고막을 즐긴 뒤, 녹차 해수탕에서 피로를 푸는 여정이다.

꼬마전구 4만여개 불 밝히는 ‘차밭 트리’

보성 차밭=전남 보성은 전국 최대 규모의 차 생산지다. 180여만평의 차밭에서 전국 차 생산량의 45%가 나온다. 차밭이 아름다운 건 산기슭으로 펼쳐진 밭이랑들이 보여주는 정연하고 부드러운 곡선미 때문이다.

보성읍에서 율포 쪽으로 18번 국도를 달리면 활성산 자락의 봇재를 넘게 된다. 고개를 내려가면서 오른쪽으로 줄달음치는 부드러운 차밭 이랑 행렬을 볼 수 있다. 봇재다원이다. 언덕을 굽이굽이 감싸며 흘러내린 밭이랑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열리고 닫히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곡선미의 극치를 펼쳐 보여준다. 방풍용으로 심은 삼나무들이 이 그림을 한결 돋보이게 한다. 전망대인 다향각 주변의 전망이 가장 좋다. 눈 내리는 날 차밭은 순백의 잔물결이 넘실대는 별천지로 바뀐다.

보성군 벌교읍 대포리 앞바다 개펄에서 주민 김병혜(51)씨가 나무썰매와 갈퀴를 밀어 고막을 캐고 있다.
보성군 벌교읍 대포리 앞바다 개펄에서 주민 김병혜(51)씨가 나무썰매와 갈퀴를 밀어 고막을 캐고 있다.


이 지역은 일교차가 심해 물안개가 잦기로 유명하다. 보성 북소리 사물팀장이자 문화관광해설가인 임삼순(58)씨는 “일년이면 150일 가량 안개가 발생하는데, 안개가 고개를 넘어 바다 쪽으로 봇물처럼 쏟아져내리는 모습에서 봇재란 이름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봇재는 서편제와 동편제를 아우른, 보성소리로 이름 높은 소리꾼 정응민의 제자들이 소리를 배우기 위해 넘나들던 고개이기도 하다. 그 옛길이 봇재다원 사이에 남아 있다. 이른바 ‘소릿길’이다. 최근 시멘트로 포장된 이 길목엔 북치는 연습을 하던 북바위가 있고, 영천리엔 정응민의 생가터와 기념비가 있다.


겨울마다 차밭에 꼬마 전구들로 불을 밝힌 ‘차밭 트리’를 선보여온 보성군에선 올해도 지난 15일 ‘트리 점등식’을 하고 ‘보성차밭 빛의 축제’를 시작했다. 차밭 위쪽에 40만개의 ‘은하수 전구’ 등으로 초대형 ‘트리’ 모양을 그렸다. ‘레이저 쇼’를 하듯, 갖가지 모양·색상의 그림을 연출한다. 다향각 아래 산책로엔 아치형 조명시설을 설치해, 거닐며 겨울 밤 차밭 정취를 만끽할 수 있게 했다. 해질 무렵부터 새벽 2시까지 봇재 차밭을 밝힐 ‘빛의 축제’는 내년 3월말까지 계속된다.

차밭을 좀더 여유있게 거닐려면, 봇재 못미쳐 봉산리의 대한다업 보성관광다원으로 가는 게 좋다. 활성산 북쪽 자락에 펼쳐진 10여만평의 차밭이다. 1957년부터 본격 조성된 보성의 최대 다원으로, 회령리의 바둑판식 차밭까지 합해 전체 넓이가 20여만평에 이른다. 관광다원은 들머리부터 빽빽한 삼나무 숲길(안내판들이 눈에 거슬리지만)이 방문객들을 사로잡는다. 시음장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산 능선을 따라 굽이치는 차밭이랑들이 삼나무숲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다가온다. 산책로를 거닐며 시시때때로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는 차밭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30~40분은 금세 지나간다. 시음장에선 제대로 우려낸 녹차를 즐길 수 있다. 1인 1000원.

벌교 고막=보성군 벌교읍 개펄은 전국 최대의 고막 조개 생산지다.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보성천 하구와 여자만 개펄에서 연 2000t의 고막을 캔다. 벌교 고막이 지금 한창 제철(11월~3월)을 맞아 미식가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고막은 자연산 참고막과 양식된 새고막(똥고막), 주먹만한 크기의 피고막으로 나뉜다. 참고막은 껍질의 골이 깊고 단단한데 반해 새고막은 골이 얕고 껍질도 얇다. 졸깃한 맛은 물론 참고막이 한 수 위다. 피고막은 주로 회로 먹는다.

해수 녹차탕에 몸담그고 바다에 시선두고

물때를 맞춰 가면 대포리 개펄 등에서 살을 에는 바닷바람을 뚫고, 바구니와 ‘기계’(개펄을 긁어 고막을 캐는 갈퀴)를 실은 나무썰매를 밀며 참고막잡이에 나서는 주민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7년째 고막만 잡고 있다는 대포리 주민 김병혜(51)씨는 “한번 나가면 20㎏들이 그물망으로 7~8개는 잡는다”고 말했다. 벌교읍 거리에선 시장터가 아니더라도 고막을 수북이 쌓아놓고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막뿐 아니라 굴과 낙지 등 제철 해산물들도 지천이다.

벌교는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다. 소설에 등장하는 벌교홍교(국보)·부용교(소화다리)·철교·중도방죽·남도여관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졸깃하고 부드러운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녹차·고막회 비빕밥.
졸깃하고 부드러운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녹차·고막회 비빕밥.


녹차와 고막의 만남=보성읍의 어지간한 식당엔 녹차음식이 끼어 있고, 벌교읍에선 어디서나 고막이 음식의 주제다. 녹차수제비·녹차칼국수·녹차불고기·녹차생삼겹살·녹차냉면과 고막회·고막무침·양념고막·고막된장국·고막전 들이다.

대한다업 관광다원 안의 녹차음식 전문식당 차목원은 녹차수제비를 최초로 식탁에 올렸다는 집이다. 최근 녹차와 고막을 결합해 새로운 맛의 경지를 선보였다. 녹차·고막회 비빔밥이다. 고막과 도라지·미나리·파·풋고추 등을, 특별하게 만든 초고추장에 비벼 녹차잎나물과 김가루를 듬뿍 넣어 비벼먹는데, 졸깃하게 씹히는 고막과 부드러운 녹차잎의 어울림이 빼어나다. 녹차잎나물과 녹차김치는 사철 밑반찬이다. 녹차 떡국·수제비와 녹차불고기·생삼겹·주물럭 요리도 낸다. (061)853-5558.

녹차와 해수탕의 만남=피로를 풀 차례다. 녹차밭이 깔린 18번 국도를 타고 율포 해변으로 가면, 120m 지하 암반에서 끌어올렸다는 지하 해수에 녹차 성분을 듬뿍 섞은 해수·녹차탕 목욕을 즐길 수 있다. 노폐물 배출과 피부미용·습진·신경통·근육통 등에 좋다고 한다. 해수온탕·해수녹차온탕·해수냉탕·맥반석사우나 등을 갖췄다(06시~20시). 무엇보다도 욕조에 몸을 담그고 바라보는 바다 경치가 인상적이다. 목욕하며 해돋이를 보러 오는 이들도 많다. 5000원. (061)853-4566.

보성/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여행정보(지역번호 061)=수도권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동광주나들목을 나와 화순·보성 방향으로 29번 국도를 타고 간다. 보성읍에서 율포쪽 18번 국도를 타면 봇재 정상 못가서 오른쪽으로 대한다업 보성관광다원 표시판이 나온다. 주차료(2000원)를 내고 들어가 주차장에 차를 대면 옆으로 삼나무길이 시작된다. 봇재다원 차밭은 봇재 정상에서부터 오른쪽으로 펼쳐진다. 봇재휴게소·주유소 지내 조금 내려가면 정자 전망대 다향각이 나온다. 서울에서 5시간30분. 용산역에서 보성역까지 매일 1회(오전 10시5분 출발) 무궁화 열차 운행. 5시간30분 걸림(단, 12월25일까지는 화순~능주 철교 보수공사로 이 구간을 버스로 연계시키게 돼 6시간 정도 걸린다). 서울 강남터미널 호남선에서 보성까지 하루 2차례(오전 8시10분, 오후 3시10분) 고속버스 운행. 5시간20분 걸림. 보성읍에서 율포까지 군내버스가 수시로 운행. 먹을 만한 집으로, 보성읍의 수복식당(한정식, 853-3032), 율포의 관광식당(녹차돼지·녹차오곡밥 등, 852-0882), 벌교읍의 홍도횟집(고막요리 등, 857-6259) 등이 있다. 봇재 길옆으로 무료 녹차 시음장이 많다. 보성읍의 보성관광모텔(853-7474) 등 보성읍·율포·벌교읍에 모텔·여관들이 있다. 1박 3만~4만원.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850-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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