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주-순환
“순환. ‘그들’을 찾아 여행을 한다. 70만 년 전 이곳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흙! 흙만은 그 흙일 수도 있는 곳에서 흙과 함께 살아가는 그들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흙은 모두 보고 있었을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생명이 시작되고 성장하고 소멸하고. 반복해서 순환하는 것을. 이 대지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들은 무엇을 느끼는 것일까.”(<라이브 인 경기> 강진주 작가노트에서)
-작업의 주제는 어떤 것인가요?
“제가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이 써클, 순환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 첫 번째 작업이 식(食)이라는 주제였습니다. 그때 제가 던진 화두가 써클, 순환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생각해보자라는 것입니다. 가령 딸기가 봄의 식재료인데, 지금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아닐 거예요. 하우스 딸기가 나와서 겨울로 완전히 바뀌었거든요. 써클, 순환이라는 것은 자연을 떠나 생각할 수 없는 거잖아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저는 땅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농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을 찾아갔고, 거기에서 2년 동안 ‘쌀을 닮다’라는 주제로 연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추밭이 있어요. 배추가 있고 무도 있고 케일도 있는데, 거기 있는 이파리를 뜯어서 사람이 먹기도 하고 남은 것들은 산양이나 소들이 먹고 배설을 하죠. 그 배설물을 모아서 퇴비로 만들어 밭에 뿌려요. 그렇게 넓지 않은 공간 안에서 순환이 이루어지는 거예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순환법칙, 땅의 기운을 자연스럽게 느낄 때까지 작업을 해보려고요”
-면사포를 쓴 이계순 할머니 사진이 인상적이네요.
“평택에 신리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이계순이라는 할머님이 계세요. 근데 할머님 연세가 104살. 그동안 신리를 떠나신 적이 없대요. 그분이 어떻게 신리에 오셨냐 하면, 민며느리 제도가 있었어요. 한국에. 그게 뭐냐면, 너무 먹을 게 없어서 조금 있는 집에 자녀를 쌀과 교환을 하고. 뭐 노예는 아니지만, 그런 제도예요. 그렇게 이계순 할머니는 신리로 들어오신 거죠. ‘할머님 어떻게 사진 찍고 싶으세요’ 그랬더니 ‘내가 결혼식을 못 올렸어~’ 살짝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사진에서나마 그분의 결혼식을 올려드렸죠. 뿌듯했던 게, 나중에 할머님이 내 손을 잡으면서 ‘이렇게 화장을 시켜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평택, 이계순. 강진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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