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모란공원
“그렇게 한 명의 죽음이, 쉰 명의 죽음이, 백 명의 죽음이, 백오십 명의 죽음이, 이제 거의 이백 명에 달하는 죽음과 죽임이 이곳 모란공원에 차곡차곡 쌓였다. 얼마나 더 쌓여야 할까, 얼마나 더 쌓아야 할까. 날아간 화살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걸 알면서도 제 몸을 활시위에 얹어 날렸던 사람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던 사람들. 산 사람들로 하여금 그 죽음의 이유를 목놓아 외치게 했던 사람들. 대단한 인물이 아니라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평범한 이웃들이어야 했다.” (<라이브 인 경기> 노순택 작가노트에서)
-<라이브 인 경기> 작업의 주제는 어떤 것인가요?
“경기도 남양주군 화도읍 월산리 산기슭에 자리 잡은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노동 열사 묘역에 관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마석 모란공원은 수유리 4·19 묘역이나 광주 망월동 묘역 못지 않은 상징성과 오래되고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곳입니다. 1969년 유신정권에 의해 남조선해방전략당 당수로 조작되어 사형당했던 경제학자 권재혁 선생을 모신 게 이 묘역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전태일, 박종철, 문송면 등 수많은 죽음들이 모란공원에 묻혔습니다. 또 먼저 떠난 자식의 꿈을 품고 스스로 운동가가 되어 온 삶을 바친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박종철의 아버지 박정기, 박영진의 아버지 박창훈님이 이곳에 돌아와 자식 곁에 묻힌 모습은 다시금 삶과 죽음의 풍경과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번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가 처음 모란공원을 찾아간 건 27년 전 통일운동가 문익환 목사님이 돌아가셨을 때였습니다. 그 뒤로 저는 죽지 않고 살아온 탓에 참 많은 죽음들도 목도했고, 알게 된 죽음들도 많아졌습니다. 어떤 죽음은 그냥 죽음이 아니라 죽임이었지요. 어떤 죽음은 말 그대로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또 어떤 죽음은 규탄의 외침이었고요. 어떤 죽음은 그저 억울함 혹은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이제 거의 이백명에 달하는 죽음과 죽임이 이곳 모란공원에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한번쯤 찾아가 뜻깊은 생각에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을 말하라면 저는 조심스럽게 마석 모란공원에 있는 열사묘역을 꼽을 것 같습니다.”

마석 모란공원. 노순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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