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훈-파라디움
“처음 판교 지하철에서 나와 본 ‘알파돔시티’는 게임의 가상공간 같았다.…외국의 이상향 도시가 겹쳐 보이는 신비한 경험은 어둠이 내리면서 더욱 확증적이었다.…강렬한 느낌의 슬라이드 필름처럼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주름 깊은, 사람들이 이상향이라고 생각하는 ‘파라디움’한 도시를 그려보았다.”(<라이브 인 경기> 성남훈 작가노트에서)
-<라이브 인 경기> 작업의 주제는 어떤 것인가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중점적으로 보려고 한 것은 경기도의 신도시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경기도가 베드타운적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다 갖춘 도시, 그러면서도 서울에서 실행하지 못한 이상향들을 거기다 심어 놓으려 하지 않았나 생각돼요. 특히 판교에는 여러 게임사와 IT 기업이 들어가 있거든요. 아파트와 상업 공간들이 병행되면서 완벽한 이상도시가 됐어요. 그렇지만 이상향이라는 것은 욕망이었던 부분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끝없이 채워도 부족한 것이 있지 않을까요.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도시 전체를 LED로 맵핑을 해요. 우리가 채워넣어야 하는 가상성들이 확인된 거죠. 완벽하지 않고 보이지 않지만 채워 넣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완성체이지만, 완성체이지 않은 도시의 모습들이 경기도에 많이 있지 않나 생각해봤습니다.”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가요?
“경기도 화보집 작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가상성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소비하는 것들은 제품의 질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기호, 상징성에 관련된 것들이거든요. 판교는 계획도시죠. 계획도시에는 현대적 기호들을 심을 수 있죠.
그것이 정말 이 시대에 맞는 것인지 속깊게 보고 싶었어요.”
-작업 과정의 일부를 소개한다면?
“판교 알파돔시티 쪽에서 보면 현대백화점이 있어요. 백화점 외부에는 상업광고를 위해 거대한 인물사진들이 배치됐는데 사실 개인의 욕망을 사기 위한 것이에요. 그 인물과 그 도시가 교차되는데 도시적인 것이 아파트 건물이었어요. 이 둘을 교차시키는 이미지에서 나온 사진이 있는데 생각보다 잘된 것 같아요. 도시가 LED로 7시에서 9시까지 맵핑을 하듯 저도 아파트에 이 인물을 다중적으로 매핑한 것 같아요. 그러한 욕망과 상징들이 거기에 덧입혀져서 보이는 도시가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판교, 판교역로. 성남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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