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러스 흑진주색
'고급 대형차' 하면 생각나는 색상은 무엇일까? 대체로 검은색 또는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색이다. 고급 대형차를 타는 사람들은 중후함과 위엄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검은색을 선호하는 만큼 압도적으로 검은색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형 고급차=검은색' 등식이 꼭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검은색의 대형 고급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밝은 색이 예전처럼 마냥 외면받는 것도 아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의 오피러스는 처음 판매가 이뤄진 2003년 한해 검은색 계통인 흑장미색과 흑진주색, 깊은 밤회색 차량이 전체 판매의 75.3%를 차지한 반면 은색, 백진주색, 금빛색 등은 24.7%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오피러스의 색상별 판매실적을 보면 검은색 계통은 64.8%를 차지해 3년전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줄었고, 대신 은색과 백진주색, 라이트메탈색 등 밝은색 차량이 35.2% 팔렸다. 또한 GM대우차는 작년 6월 스테이츠맨을 처음 수입할 당시 검은색 차량을 70% 가량 주문했으나 보다 밝은 색상에 대한 고객들의 선호도를 확인, 점차 은색 차량의 주문량을 늘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스테이츠맨의 은색 주문량이 검은색을 넘어섰으며, 지난 한해 GM대우차가 주문한 물량 가운데 검은색은 46.7%, 은색은 48.7%를 각각 차지했다.
현대차의 그랜저는 XG모델의 경우 검은색 차량에 대한 수요가 많아 전체 판매대수에서 검은색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1년 59.3%에서 2004년 69.4%로 늘었으나, 지난해 TG모델이 나오면서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TG모델이 처음 출시된 지난해에는 검은색이 전체 판매의 58.4%, 올들어 지난 5월까지는 59.9%로 집계됐다. 쌍용차가 생산하는 체어맨의 경우에도 미세하나마 검은색을 찾는 수요자가 줄고 있다. 2002년부터 2003년 6월까지 색상별 판매비율은 검은색 90.3%, 은빛물결색 6.0%, 상아색 3.7% 등이었으나,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는 검은색이 87.7%로 약간 줄고 청은색 9.7%, 상아색 2.6% 등을 기록했다. 다만 현대차의 에쿠스는 이 같은 '검은 대형차 감소' 현상에서 예외다. 2001년 검은색 계통의 차량은 전체 판매의 73.3%에 불과했으나 2002년 76.0%, 2003년 82.5%, 2004년 84.2%, 2005년 86.3%으로 꾸준히 늘었고, 이 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계속돼 지난 5월까지 91.2%를 차지했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