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그리고 고급스럽게
타 보니/현대 베라크루즈 현대자동차가 최근 내놓는 신차마다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부분은 ‘고급화’이다. 북미시장의 초기품질 조사에서 도요타자동차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싸구려 차’라는 과거의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우고 있는 탓이다. 그런 현대차가 최근 세계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베라크루즈’에 기존 스포츠실용차(SUV)를 한층 뛰어넘었다는 의미의 ‘럭셔리유틸리티차’(LUV)라는 신조어까지 쓰며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베라크루즈의 첫 인상은 ‘BMW X5와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부드러운 라인은 렉서스 RX350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모두 베라크루즈가 경쟁 모델로 꼽은 차들이다. 날렵한 전·측면의 선은 신형 아반떼와 한피를 나눈 차라는 점이 실감난다. 외형에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아마도 라디에이터 그릴이 아닐까 싶다. 격자무늬는 벌집을 연상케 하는데 과감한 시도였으나 고급스러움은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시동을 걸자 정숙성에 탄성이 나왔다. 베라크루즈는 소음과 진동을 잡기 위해 독자개발한 V6 엔진과 연료를 다단계로 정밀하게 분사하는 피에조 인젝터를 채택했다. 특히 3000㏄의 6기통 디젤엔진은 최대 240마력의 출력을 낸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약 10초만에 시속 100㎞를 넘고, 180㎞까지 거침이 없다. 내부 역시 수준 이상의 고급스러움을 달성했다. 계기판은 푸른 금속성 계열로 다소 차가워 보이지만 세련됐다. 뒷좌석 승객을 배려한 여러 기능이 눈에 띄는데, 어린이와도 쉽게 대화할 수 있는 ‘컨버세이션 미러’와 뒷좌석 천장에 장착한 8인치 모니터가 대표적이다. 3열 좌석은 기존 스포츠실용차보다는 크지만 성인에게는 조금 불편하다. 베라크루즈는 측면 충돌시 승객의 가슴과 머리를 보호하는 커튼식 에어백 등 총 6개의 에어백을 채택하고, 차체자세제어장치와 전자제어 제동력 배분시스템(EBD-ABS)도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했다. 연비는 10.7㎞/ℓ로, 3000㏄급 차로서는 좋은 편이다.
현대차가 과거 아반떼로 국내 소형차 시장의 지형을 바꿔놨다면, 베라크루즈 역시 국내 스포츠실용차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차임에는 틀림이 없다. 가격은 두바퀴 굴림형이 3180만원부터 3950만원까지, 네바퀴 굴림형은 3370만원부터 4140만원까지이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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