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뉴 레인지로버
포장도로에서는 뛰어난 가속 자랑
[타보니] 올 뉴 레인지로버 랜드로버는 이른바 ‘짚차’로 불리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가운데서도 특히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메스세데스-벤츠나 베엠베(BMW), 아우디 등 다른 고급자동차회사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들이 도심에서도 어울리는 세련된 외관과 주행성 등을 고루 강조하는 반면, 랜드로버는 ‘오프로드(비포장도로)에서의 최고 주행성’을 앞세운 남성적 이미지를 일관되게 추구해왔다. 그 랜드로버의 간판 모델인 ‘레인지로버’는 여기에 고급스러움을 더해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엄청난 덩치로 주위를 압도하는 이 차의 부분변경 모델 ‘올 뉴 레인지로버’가 지난해 말 국내에서 출시됐다. 시승 첫날 눈과 얼음이 엉겨붙은 강원도 산길에서 랜드로버 고유의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을 시험해봤다. 원터치 다이얼을 돌려서 △일반주행 △눈길 △진흙길 △모래 △바위 등 도로의 특성에 맞추면 내리막길 주행장치와 서스펜션(현가장치) 등이 바뀌며 안정감을 보여줬다. 특히 눈길과 흙길에서 ‘두두둑’ 소리를 내며 걸리는 피스톤 브레이크의 성능이 만족스러웠다. 포장도로에서도 차는 뛰어난 힘을 보였다. 특히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순간 가속력이 뛰어난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공인기록으로 7.5초밖에 안걸린다. 웬만한 스포츠 세단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새 모델에서 적용된 4.2ℓ V8 수퍼차저 엔진의 최고 출력은 400bhp/5750rpm로 이전보다 100마력 이상 증가했고, 최대 토크는 57.1㎏·m/3500rpm이다. ‘오만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레인지로버의 내부에는 섬세함도 있다. 원형의 아날로그 시계 등 영국적인 인테리어와 디엠비 방송 등 첨단 편의사양이 공존하고, 각종 수납 공간도 넉넉하다. 시동을 걸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에 차가 데워지는 예약 난방 시스템은 겨울철 야외 나들이가 잦은 이들에게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는 요즘,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도 엄청난 기름을 소비하는 차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차값만 1억4500만원에 1ℓ당 연비가 5.5㎞에 불과한 올 뉴 레인지로버는 분명히 ‘선택된 소수’의 차다. 하지만 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인 이 차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결연함이 느껴진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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