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드
타보니 / 씨드
씨드를 처음 보면 단단한 차돌같은 이미지를 느낀다. 보통 유럽에서 잘 팔리는 차들은 탄탄하면서도 안정적인 분위기에 실용성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씨드의 스타일에도 그런 감각이 엿보인다. 경쟁차인 푸조 307, 그리고 폴크스바겐 골프처럼 전체적으로 스탠스를 넓혀 안정적인 비율을 구사한 것이다. 세단에 치우친 국내 소비자들의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기아차가 처음으로 유럽 공장에서 직접 만든 씨드의 디자인은 유럽인들의 취향을 잘 읽고 있다.
차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마음에 들었던 것은 요란하지 않게 차분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구성이다. 중앙제어판(센터페시아)의 스위치 배열은 간결하면서도 눈에 잘 들어오고, 표면은 부드러운 질감을 내는 페인팅에 하얀색과 은색을 이용해 단순하면서도 견고한 분위기를 낸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외부기기와 연결하는 옥스(Aux) 단자와 유에스비(USB) 커넥터까지 넣었다. 유에스비 메모리에 담겨있는 음악 파일을 손쉽게 찾아 들을 수 있다. 기아는 앞으로 이 장치를 전 차종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유럽의 콤팩트한 차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트 쿠션이 아주 단단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물론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트렁크를 보면 바닥 매트 아래 커다란 플라스틱 수납공간을 넣었고, 좌우에도 별도의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씨드에 올라간 2.0ℓ 베타 엔진은 우리에게는 아주 친숙한 4기통 엔진으로 최고출력 140마력/6000rpm에 최대토크는 18.8kg·m/4500rpm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가속 페달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반응이 힘차다. 초기 가속 반응이 빠르게 튜닝되었다. 급가속이나 급감속 때 차체의 움직임도 지금까지의 국산차들과 달리 울컥거리지 않는다. 가감속은 물론 급한 커브에서도 안정된 모습이다.
엔진 벨트와 연결된 유압 펌프가 없이 전기 에너지만 쓰기 때문에 연비가 좋을 수밖에 없고, 주행 중 시동이 꺼져도 전원이 들어온 상태에서는 파워 스티어링을 그대로 쓸 수 있어서 안전 측면에서도 유압식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분명 씨드는 아주 고급 기술을 써서 비싸게 만든 차는 아니다. 실용적인 유럽 소비자들이 현실적으로 구매하기 쉬운 가격에 내놓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자동차 전문기자들이 지금까지 기아가 만든 차 가운데 최고라는 극찬을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김태천 <모터매거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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