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의 모닝. 지엠대우의 마티즈.
연료허용 추진…내년 배기량기준 늘어 ‘모닝’도 합류
업체들은 기술문제로 난색…상용화엔 시간 걸릴 듯
업체들은 기술문제로 난색…상용화엔 시간 걸릴 듯
‘엘피지(LPG) 경차, 과연 달릴 수 있을까?’
정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경차에 액화석유가스 연료 사용을 허용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엘피지 경차에 대한 운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엘피지 경차가 개발되면 경차 수요를 크게 늘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엘피지 차량은 휘발유 차량에 견줘 연료비가 절반 정도밖에 들지 않으면서 이런저런 혜택이 많아 훨씬 경제적이다. 내년부터는 경차 기준이 배기량 800cc에서 1000cc 이하로 확대돼, 기아차의 모닝도 엘피지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엘피지 경차가 실제로 빛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완성차 업체들이 기술적인 문제 등을 이유로 개발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정부가 엘피지 경차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에너지 절감 효과 때문이다. 기름 값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자동차 판매 시장의 현실은 실용적인 작은 차 대신 중·대형차가 늘어나는 이상 현상이 계속돼 왔다. 정부는 경차 보급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올해 안에 경차에 엘피지 연료 사용을 허용하는 것을 뼈대로 한 관련 법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구상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직 차체 구조 변경에 따른 안전성 문제 등 기술적인 부분조차 검증되지 않은 탓이다.
경차 ‘마티즈’를 생산하고 있는 지엠대우차는 엘피지 경차의 개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지엠대우 역시 기술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 경차는 ‘엘피지 봄베’로 불리는 가스 연료통을 어떻게 장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차체 크기와 배기량을 감안해 자동차를 분류하고 있는데, 경차의 길이는 3.5m, 너비는 1.5m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이보다 차체가 큰 중형 승용차의 경우 가스 연료통을 뒷좌석 아랫부분이나 짐칸에 설치하고 있지만, 마티즈는 워낙 차체가 작아 공간 확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김성호 대우차판매 산본대리점 부장은 “억지로 설치한다면 차량 지붕이나 차체 밑에 매달아야 하는데,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는 경차는 자칫 달리는 폭탄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기아차도 최근 남양연구소에서 엘피지 경차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눈치다. 내년부터 경차로 분류되는 모닝을 중심에 놓고 엔진 개발과 구조 변경 등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검토 중인데, 가스 연료통을 얹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에서 아직 준비도 안 된 엘피지 경차를 정부가 허용할 것이란 소식이 퍼지면서 국내 유일의 경차 ‘마티즈’는 되레 피해를 보고 있다. 엘피지 경차를 기대하며 경차 구매를 미루는 대기 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지엠대우차와 대우차판매는 그렇지 않아도 고사 상태인 경차 시장이 더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대우차판매 쪽은 “마티즈를 계약한 고객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몰려오고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관계가 걸린 업체끼리의 갈등도 우려된다. 당장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경차에 엘피지 사용을 허용하려는 정부 계획에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간의 의견 조율도 숙제다. 엘피지 연료 사용이 허용되더라도 당장 내년부터 엘피지 경차를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자동차 업체들이 지금부터 경차 수준에 맞는 엘피지 엔진을 개발하더라도 기술적 검토를 거쳐 상용화하는 데는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완성차 업체에서 아직 준비도 안 된 엘피지 경차를 정부가 허용할 것이란 소식이 퍼지면서 국내 유일의 경차 ‘마티즈’는 되레 피해를 보고 있다. 엘피지 경차를 기대하며 경차 구매를 미루는 대기 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지엠대우차와 대우차판매는 그렇지 않아도 고사 상태인 경차 시장이 더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대우차판매 쪽은 “마티즈를 계약한 고객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몰려오고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관계가 걸린 업체끼리의 갈등도 우려된다. 당장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경차에 엘피지 사용을 허용하려는 정부 계획에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간의 의견 조율도 숙제다. 엘피지 연료 사용이 허용되더라도 당장 내년부터 엘피지 경차를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자동차 업체들이 지금부터 경차 수준에 맞는 엘피지 엔진을 개발하더라도 기술적 검토를 거쳐 상용화하는 데는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