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뉴 카이런’
[타보니] 쌍용 ‘뉴 카이런’
쌍용차의 카이런이 2년도 안 돼 얼굴과 기능을 바꾸고 ‘뉴 카이런’으로 나왔다. 신형 싼타페와 윈스톰 등 새로 등장한 모델들을 의식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등장한 렉스턴Ⅱ의 경우 앞모습을 바꾸면서 은근히 ‘체어맨 효과’를 노렸는데, 뉴 카이런에서는 기술적인 내용에서 ‘렉스턴 효과’를 기대한 듯하다.
뉴 카이런 중에서도 최고급 모델인 하이퍼가 특히 그렇다. 하이퍼에는 렉스턴에 쓰인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EAS)이 적용된다. 이 차의 에어 서스펜션은 공기를 저장해두는 보조 탱크가 없는 유형으로 컴프레서가 작동할 때는 앞쪽에서 가끔씩 ‘끼리릭’ 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충격을 흡수할 때 응답성이 빠르고, 크고 무거운 화물을 싣기 위해 뒤쪽 차고를 낮출 수 있으며, 아무리 무거운 짐을 넣어도 뒤쪽이 주저앉지 않는 자동 차높이 조절 기능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뒤를 보고 앉아야 하는 3열 좌석의 배치는 여전히 불만스럽다.
신호대기나 언덕에서 브레이크를 잠시 밟고 있으면 자동으로 파킹 브레이크가 작동되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어도 차가 앞뒤로 밀리거나 움직이지 않는 오토파킹을 비롯한 다양한 기능이 포함된 고급형 차체자세 제어프로그램(ESP)도 내장되어 있다.
뉴 카이런은 국내 중형 스포츠실용차(SUV) 가운데 유일하게 두 가지 엔진을 갖추고 있다. 최대토크가 35.7kg·m나 되고 최고출력 176마력을 내는 디젤 직렬 5기통 2.7리터, 판매의 핵심인 디젤 직렬 4기통 2.0리터 엔진이 있다. 이번에는 2.0리터 엔진의 파워를 145마력에서 151마력으로, 토크는 31.6kg·m에서 33.7kg·m로 올렸다. 실질적으로 차의 가속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토크인데, 국내 스포츠실용차 부문에서 2.0리터 디젤 가운데 토크는 물론 출력도 뉴 카이런이 가장 높다. 2t이 넘는 차의 무게를 고려하면 합당한 선택이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들어가는 힘이 예전보다 훨씬 가뿐해졌다. 너무 부드러우면 고속에서 안정감이 떨어지는데, 대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속도감응형 파워스티어링 기능을 추가했다. 예전보다 뒷문의 여닫기도 쉬워졌는데, 여성 운전자들을 의식한 듯하다. 자동변속기도 렉스턴Ⅱ의 5단 자동 및 수동겸용 변속기(E-트로닉)를 옮겨왔다.
디엠비(DMB)와 내비게이션이 포함된 멀티미디어를 비롯해 다양한 편의장비도 소비자를 유혹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멀티미디어 기능에서 렉스턴과는 달리 유에스비(USB) 연결 기능은 제외되었다.
기술적인 우위로 2.7리터 하이퍼를 내세우고, 실제 판매에서는 2.0리터에 힘을 실어주며, 부드러운 작동을 통해 여성 운전자들을 흡수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김태천 〈모터매거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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