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은 ‘C세그먼트’로 불리는 준중형 자동차를 좋아한다. 지난 26일 낮(현지시각) 체코 프라하 시내를 달리는 중·소형차들.
승용차 판매의 32% 차지…시장 성공 열쇠
체코 새 공장 착공 야심작 ‘i30’ 생산 채비
체코 새 공장 착공 야심작 ‘i30’ 생산 채비
‘C세그먼트’ = 준중형 승용차
지난 26일 오전(현지시간) 중부유럽의 관문인 체코 프라하 시내. 신문 판매대에 놓여 있는 체코 주요 언론들은 이 곳에서 300여㎞ 떨어진 노소비체에 들어설 현대차 공장 착공 소식을 상세하게 전하고 있었다. 리차드 코펜츠니 현대차 체코대리점 사장은 “제품 인지도와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체코는 폴크스바겐의 스코다와 도요타·푸조시트로엥(TPCA)의 합작공장이 있는 곳이다. 중부유럽을 휩쓸고 있는 스코다는 원래 체코의 자동차 회사였으나 1991년 독일 폴크스바겐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스코다는 지난해 체코 내수시장에서 5만1833대(42%)를 팔아 독주하고 있다. 현대차는 6028대(5%)로 푸조, 포드, 도요타 등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코펜츠니 사장은 “C세그먼트에서 액센트가 8위를 달리고 있지만 체코 공장에서 5도어인 해치백 스타일의 ‘i30’이 출시되면 순위가 크게 뒤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C세그먼트’로 불리는 준중형 차급은 지난해 승용차 판매의 32%를 차지할 만큼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를 모으는 차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운전자들은 특히 해치백 형태(뒷유리가 문처럼 위로 열리는 차)를 선호한다. 현대·기아차 유럽공장이 첫 전략차종으로 해치백 스타일의 준중형차를 앞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12월부터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씨드’를 생산하고 있다. 손장원 기아차 중부유럽 법인장은 “현지 언론의 반응은 꽤 호의적이고 초기 판매 실적도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씨드는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가 이달 초 C세그먼트 9개 차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차 비교평가에서 폴크스바겐의 골프 함께 공동으로 1위에 올랐다. 프랑스 자동차 전문지 <로토모빌>의 신차 시승평가에서도 C세그먼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판매 대수도 1월 2200여대, 2월 3100여대, 3월 6500여대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일단 유럽 공장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 안수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쉽지않은 시장인데도 초기 판매는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채영석 <글로벌 오토뉴스> 국장은 “한국차의 제품력은 유럽차에 절대 뒤지지 않을 만큼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유럽에서 재도약할 수 있을지 속단하기 이르다. 유럽에서 연간 500만대 가까이 팔리는 C세그먼트는 폴크스바겐 골프, 푸조 307, 오펠 아스트라, 르노 매간 등 유럽차가 상위권을 주도할 정도로 신규 진입이 쉽지 않은 시장이다. 한국차에 대한 인지도도 한참 낮다. 매그 르네페츠너 기아차 오스트리아법인 판매담당은 “특히 유럽은 외국기업들이 진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보수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씨드의 초기 선전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 즉 가격 경쟁력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독일 판매가격 기준으로 1만6150유로(약 2천만원)에 팔리는 씨드는 폴크스바겐 골프(1만8840유로)와 푸조 307(1만6800유로) 보다 싸다. 김학주 삼성증권 센터장은 “유럽에서 가격을 앞세워 성공한 자동차는 거의 없다”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품질과 마케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성패의 관건이다. 채 국장은 “유럽은 자동차 회사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딜러제가 정착된 나라”라며 “소비자들이 헷갈리 않도록 판매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라하(체코)·빈(오스트리아)/글·사진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리차드 코펜츠니 현대차 체코대리점 사장과 현대차 체코대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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