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어코드, 시빅.
닛산, 내년 10월 알티마·무라노 모델 진출 선언
고급차틈새 넘어 중저가 공략…시장판도 흔들수도
도요타도 저울질…미쓰비시는 대우자판과 손잡아
고급차틈새 넘어 중저가 공략…시장판도 흔들수도
도요타도 저울질…미쓰비시는 대우자판과 손잡아
“수입차 시장의 성장 속도로 볼 때 지금이 적기다.”
일본차들이 국내 시장에 물밀 듯 몰려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체 브랜드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던 닛산자동차가 내년 10월 국내 진출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를 방문 중인 닛산자동차의 콜린 닷지 수석부사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1년 뒤 닛산 브랜드 차량을 들여와 한국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차 가운데 자체 브랜드로 국내 시장에 뛰어들기는 혼다에 이어 닛산이 두번째다. 이들의 국내 진출은 닛산의 ‘인피니티’와 도요타의 ‘렉서스’ 상륙 때와는 의미가 크게 다르다. 혼다 뿐 아니라 닛산과 도요타 역시 중저가 차량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국내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판매될 닛산 차량은 최근 미국에서 선보인 크로스오버 스포츠실용차(SUV)인 ‘로그’와 닛산의 대표 모델인 중형 스포츠실용차 ‘무라노’, 중형 승용차 ‘알티마’ 등 3개 모델이다. 그렉 필립스 한국닛산 사장은 “구체적인 차종과 가격은 닛산 본사와 한국닛산이 협의해 내년 상반기에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닛산은 한국시장에서 경쟁 상대로 혼다와 폴크스바겐, 크라이슬러를 꼽았다. 그러나 중형 알티마와 같은 차량은 현대차의 주력 차량인 쏘나타와 기아차 로체, 르노삼성의 에스엠 시리즈 등과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도 신경이 쓰이는 차종이다. 닛산의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알티마는 현지에서 도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 쏘나타 등과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는 차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8% 관세 철폐와 환율 하락 등에 힘입어 국내 중형차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닛산의 국내 상륙은 도요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차 업체 가운데 닛산과 도요타는 지금까지 고급 차종인 인피니티와 렉서스로만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 국내 틈새 시장만을 공략해왔으나 차종과 차급을 넓혀 공략 시장을 넓힐 경우 시장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주류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차의 위협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도요타 쪽은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진출 시기만 남겨뒀을 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내년부터 일본의 4위 업체인 미쓰비시자동차가 가세하면 일본차의 위세는 더 커지게 된다. 대우자동차판매는 최근 미쓰비시 쪽과 수입·판매 계약을 맺고 내년 6월 차량을 판매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바야흐로 일본차 시장은 기존 렉서스, 혼다, 인피니티를 중심으로 한 3파전에서 렉서스, 혼다, 인피니티, 닛산, 미쓰비시 등 5파전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2000년부터 일본차는 국내에서 파죽지세로 시장을 넓혀왔다. 올 들어(1~9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의 점유율은 32%로, 35%대인 독일차의 아성을 넘볼 수준까지 올라섰다. 2003년 20%에도 못미치던 점유율을 고려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한국인의 기호와 취향을 잘 간파하고 있는 일본차들이 편의성과 경제성을 앞세워 수입차 시장의 저변을 더 넓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국내시장에서 일본차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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