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법’ 무효판결…독일 자동차산업 판도 바꿔
세계적인 스포츠카 메이커인 독일의 포르셰가 유럽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폴크스바겐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23일 독일 자동차 업체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제정된 이른바 `폴크스바겐법'을 불법이라고 판결한 것은 폴크스바겐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포르셰에게 전면 인수의 길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포르셰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ECJ의 판결을 환영한다. 폴크스바겐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포르셰는 그에 합당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1960년에 제정된 폴크스바겐법은 외국 기업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단일 주주가 2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포르셰는 그 동안 폴크스바겐법의 폐지를 요구해왔다. 또한 포르셰는 폴크스바겐법이 폐지되기에 앞서 지분을 착실히 늘려왔으며 현재 보유 지분이 31%에 달하고 있다. 포르셰는 언젠가는 폴크스바겐법이 폐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그 때를 대비해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 기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독일의 기업 인수 관련법에 따르면 3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을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전면 인수를 제의하도록 돼 있어 포르셰는 폴크스바겐법 폐지를 계기로 폴크스바겐에 대한 전면 인수를 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크스바겐법이 폐지되면 인수합병 등 중요사항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경영감독위원회 구성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현행 법은 폴크스바겐 본사가 위치한 니더작센주가 폴크스바겐 경영감독위원회 이사 2명을 선임하도록 돼 있다. 니더작센주 정부는 포르셰 다음으로 많은 지분(20.3%)을 갖고 있다.
포르셰는 니더작센주 정부가 임명한 이사들이 계속 경영감독위원회에 머무르는 것은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포르셰와 니더작센주 정부 간에 폴크스바겐 인수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이사진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르셰가 폴크스바겐을 인수할 경우 독일 자동차산업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고급 스포츠카 전문 메이커로 명성을 얻은 포르셰가 폴크스바겐 인수에 성공할 경우 명실공히 세계적인 자동차 그룹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폴크스바겐법 무효화 판결이 전해진 이날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포르셰 주가는 4.29%나 폭등했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 (베를린=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