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그룹 계열의 종합상사인 에스케이네트웍스가 22일 서울 방배동에 문을 연 수입차 직수입 판매장. 회사 쪽은 “기존 수입차 시장의 거품을 빼겠다”고 벼르고 있다. 에스케이네트웍스 제공
네트웍스, 매장 2곳 열고 판매사업 뛰어들어
“서비스 부족” 지적 속 “중국까지 진출” 자신감
“서비스 부족” 지적 속 “중국까지 진출” 자신감
에스케이네트웍스가 22일 외국 현지에서 판매상으로부터 자동차를 사서 들여와 국내에 파는 ‘백화점식 수입차 판매사업’에 뛰어들었다. 재벌 계열사까지 ‘수입차 장사에 손을 뻗친 것이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지만, 브랜드별로 독점 판권을 쥐고 있는 기존 수입차업체들과 경쟁이 붙어 국내 수입차 시장의 가격 거품을 어느 정도 걷어내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 “가격 거품 빼겠다”=에스케이네트웍스는 이날 고급 수요층이 몰려 있는 서울 방배동과 경기도 분당 두 곳에 수입차 전담 매장을 열었다. 판매 차종은 벤츠, 베엠베(BMW), 아우디, 도요타의 렉서스와 캠리 등 5가지 브랜드다.
차 값은 기존 수입차 업체들이 판매하는 가격에 견줘 10~15% 싸다. 현재 공식 수입업체를 통해 2억660만원에 팔리고 있는 벤츠 S550은 3천만원 낮은 1억7650만원에, 1억8520만원 하는 베엠베 750Li는 3170만원 싼 1억5350만원에 각각 판매하는 식이다.
에스케이네트웍스의 직수입 판매는 본사로부터 차량을 들여오는 기존 수입차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불똥은 당장 새로 출시되는 차량 가격에 튀었다. 벤츠코리아는 이날 출시한 ‘뉴 C클래스’의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1천만원 내렸으며 이보다 하루 앞서 새차를 내놓은 사브도 차종에 따라 최고 1천만원까지 가격을 낮췄다. 수입차 업체들은 “에스케이네트웍스의 직수입 판매와는 무관한 가격 정책일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어느 정도 가격 인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업계에선 이런 가격 인하 흐름이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서비스·정비에서 성패 갈릴 것”=국내 수입차 시장에는 에스케이네트웍스처럼 외국의 딜러로부터 직접 차를 사서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이른바 ‘그레이 임포터’들이 5% 정도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수입상들은 공식 수입업체들이 판매하는 차보다 최고 30%까지 싸게 공급하고 있지만, 사후 서비스와 정비, 부품 조달 등에서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비공식 수입업체들의 이런 한계 때문에 에스케이네트웍스도 수입차 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에스케이네트웍스는 전문서비스 센터 2곳과 차량 경정비 사업체인 스피드메이트와 제휴해 서비스망 12곳을 구축해 놓고 있기는 하다. 그래도 수입차 업계는 “차가 일정 물량 이상 팔린 뒤에는 서비스와 정비도 제대로 못해 발목이 잡힐 것”이라며 냉소적이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기존 그레이 임포터 시장은 몰라도 공식 수입차 시장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준 에스케이네트웍스 상무는 “아무 준비도 없이 직수입 판매에 뛰어들었겠느냐”며 “선진 자동차 유통체계로의 변화를 선도해 고객들에게 가격 혜택을 주겠다”고 말했다. 회사 쪽은 한발 나아가 국내에서 이 사업이 성공할 경우 사업 모델을 중국으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직수 업체의 등장을 기존 수입차 시장의 고가 마케팅이 빚어낸 결과물로 본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부풀려진 시장은 반드시 누군가 제3의 세력이 들어오게 돼있다”며 “수입차 시장의 고마진이 만들어낸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또 수입차 가격 거품이 빠지면 국산차 가격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주요 외제차 차종별 수입업체와 에스케이네트웍스 판매가격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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