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국내 판매 증가 추이
1987년 10대→2007년 5만대
‘과소비·매국노’ 인식 벗고 국내차들과 치열한 경쟁
‘과소비·매국노’ 인식 벗고 국내차들과 치열한 경쟁
“옛날에는 신차 발표회 하면 자동차 담당 기자가 아니라 ‘카메라 출동’ 기자가 왔었지. 정신 나간 인간들이 과소비를 부추긴다고.”
수입차 시장 개방 초기부터 수입차 판매사업에 뛰어들었던 ‘수입차 역사의 산 증인’ 아우디코리아 손을래 회장의 후일담이다. 이렇게 여러가지 어려움을 딛고 시작한 국내 수입차 시장이 벌써 개방 20주년을 맞았다. 1987년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에 최초로 수입됐으며 그해 10대에 불과했던 수입차의 판매 대수가 올해 5만대, 시장 점유율 5%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3일 개방 20주년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품질과 서비스를 더욱 개선해 내년에는 6만대 이상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차 시장의 초기 개척기는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수입차 보유자는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으며 공직자의 경우 내부 감사를 받거나 좌천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통상 압력 때문에 관세와 취득세가 인하되고 인식이 점차 개선되면서 지난 1996년 판매 1만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엠에프 사태로 다시 2000대 수준으로 판매가 급감했으며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나빠져 ‘외제차에는 주유를 하지 않는다’고 써붙인 주유소가 등장하고 길 가에 세워둔 수입차에 뿌리는 페인트로 ‘매국노’라고 쓰거나 유리창을 깨거나 하는 일마저 일어났다.
그 뒤 경제 상황이 호전되면서 다시 고속성장을 시작한 수입차 업계는 현재 13개 회사의 24개 브랜드, 280여종의 모델을 내놓고 국내 완성차 회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송승철 회장(한불모터스 대표이사)은 “30대의 구매율이 40대를 앞지르고 수입차가 강점을 가진 디젤 승용차의 판매도 증가세를 보이는 등 수입차의 미래는 더욱 밝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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