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분기 차량별 판매량 변화율
미국선 소형차 32%↑ 인기…국내선 SUV·대형차 6% 증가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이 급속도로 소형차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기름먹는 하마’(gas guzzler)나 다름없는 대형 스포츠실용차(SUV)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반면 한국 시장은 1분기에 대형차와 스포츠실용차 시장이 성장하고 소형차 시장은 줄어드는 등 ‘역주행’을 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통계기관인 ‘오토데이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형 스포츠실용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나 줄어들었다. 반면 소형차는 32% 늘어났다. 미국인들에게 힘이 없다고 외면받아왔던 4기통 엔진 모델들의 판매는 역사상 최고 신기록을 세웠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을 ‘1980년 오일쇼크’에 비견하기까지 한다.
미국 언론들은 큰 차를 가진 사람들이 치솟는 기름값에 놀라는 동시에 그 차를 팔아치우려고 할 때 다시 한번 놀란다고 전했다. 중고상들이 대형차를 사려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주 싼값에 팔려고 해도 이를 사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차를 작은 것으로 바꾸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에이피(AP)통신〉은 대형 스포츠실용차인 시보레 타호를 타다가 최근에 2003년형 기아 스펙트라로 바꾼 마이애미에 사는 메니코치의 사례를 전했다. 그는 “친구들이 가정부 차냐고 놀리지만 예전에는 하루에 30달러씩 기름을 썼는데 이제는 10달러 밖에 들지 않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대형차와 스포츠실용차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소형차는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집계한 올해 3월까지의 자동차 판매 현황을 보면 소형급과 준중형급을 포함한 소형차 판매대수는 5만1801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6 .6%나 줄어들었다. 새로 경차에 편입된 기아차 모닝에 많은 소비자를 빼앗긴데다 투자를 게을리해 신차가 나오지 않은 탓이다. 반면 경쟁적으로 신차가 출시된 대형차와 스포츠실용차 판매는 각각 6.4%, 6.6% 증가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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