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SUV 생산계획 보류…“시장 예측 오류” 지적도
현대자동차의 북미 시장 공략 계획이 갈수록 삐걱거리고 있다. 고유가와 경기 침체 등 예기치 못한 시장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고경영진이 시장을 잘못 예측한 것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김동진 부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주요 외신기자들을 만나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는 기아차 공장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하려던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유가 때문에 미국에서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실용차(SUV)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기회로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15% 가까운 비중을 보이는 픽업트럭 시장에 진입해 판매량을 확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뿐 아니라 이 공장에서 모하비나 소렌토 등 스포츠실용차를 생산하려고 했던 애초 계획도 재검토되고 있다. ‘오토데이타’의 4월 미국시장 자동차 판매량을 보면 픽업트럭과 스포츠실용차 등을 합한 ‘라이트 트럭’은 전년동월 대비 17.4%나 줄어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현대차의 소형 차량을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기아차 공장에서 현대차가 생산되는 기형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파른 기름값 상승은 오는 6월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야심작 제네시스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제네시스가 파고들려는 프리미엄 시장이 올해 1분기에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물론 전반적으로 몇 년째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기관인 워즈 오토모티브(Ward’s Automotive)에 따르면 2006년 16.4%였던 럭셔리 세그먼트(등급)의 시장점유율은 2007년 16.1%에서 올해 1분기에는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형승용차도 시장점유율이 2006년 10.1%에서 2007년 9%, 2008년 1분기 8.4%로 떨어지는 추세다.
또한 올해 2월 기아차 미국법인의 최고경영자(CEO)인 렌 헌트가 이 자리에 오른 지 3개월 만에 해고당한 것을 비롯해 기아차가 3년 만에 4번째, 현대차는 5년 만에 4번째로 경영자를 물갈이하는 등 미국법인 운영에서 잡음이 계속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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