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희오토의 생산라인에서 본사 직원과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상반기 내수판매만 4만7천여대
초고유가 시대를 맞아 1000㏄급 경승용차 모닝이 엄청난 판매 약진을 보이고 있다.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2만346대와 2만8404대에 그쳤던 모닝의 내수판매는 올들어 6월까지만 4만7569대에 이르렀다. 기아차 쪽은 모닝의 성공을 풀이하는 열쇳말로 고유가와 위탁생산을 꼽는다. 치솟는 기름값이 수요를 확충했다면, 위탁생산은 국내 제조업의 고비용 구조를 극복하는 힘이 됐다는 것이다.
모닝의 인기비결은 일단 경제성에서 찾을 수 있다. 수동변속기 차량의 경우 1ℓ당 19.4㎞를 달릴 만큼 연비가 좋다. 경차로 분류돼 세금혜택 등까지 누린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중고차 값이 신차 값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추월하는 이상현상까지 빚어진다.
기아차는 또다른 성공요인으로 효율적인 위탁생산 시스템을 꼽는다. 모닝을 만드는 동희오토는 2001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완성차 외주 조립업체로, 이동호씨 소유의 동희산업과 기아차가 각각 45.0%와 35.1%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공장부지와 건물은 현대차로부터 장기 임차해 사용하고, 생산라인 노동자 전원(850여명)은 사내하청업체 소속이라 실제 동희직원은 160명뿐이다. 자동차의 최종 조립을 하청주고, 납품업체는 생산업무를 또다시 하청을 줌으로써 고정비와 인건비를 절감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외주생산은 값싼 차종을 본사에서 만들면 수지가 안맞는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위탁생산 방식은 납품단가를 낮추기만 하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 쪽에는 매력적이다. 안수웅 엘아이지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아차는 모닝 한대를 팔 때마다 5% 정도의 영업이익을 남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간 15만대를 판다면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560억원 정도에 이른다는 것인데, 2006년과 2007년 각각 42억여원과 46억여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동희오토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익성을 보이는 셈이다.
동희오토의 한 관계자는 “작업자들의 라인배치도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하고, 파업을 일삼는 강성노조도 없기 때문에 우리 회사의 생산성은 현대·기아차보다 월등히 높다”고 주장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는 “현대차의 울산 1공장은 소형차를 만들어서 돈을 번 적이 없다”며 “동희오토는 도요타에 비견할 만한 오픈 이노베이션(열린 혁신)의 한 사례이며, 이게 없었다면 국외로 생산기지가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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