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호 “원료값 급등…협상 거부해 불가피”
지엠대우 “이미 값올려”…하루 700대 생산차질
지엠대우 “이미 값올려”…하루 700대 생산차질
타이어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지엠대우에 타이어 공급을 중단해 지엠대우 부평공장이 멈춰서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하루 만에 법원이 지엠대우가 낸 공급중단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일단 공장은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납품단가 인상을 둘러싼 다툼은 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에 벌어졌는데, 이번엔 대기업과 대기업간 다툼으로 비화한 첫 사례라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엠대우는 18일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로부터 타이어 공급이 끊겨 이날 부평 1공장의 생산이 완전히 멈췄다고 밝혔다. 부평 1공장에서는 소형차인 젠트라를 생산하고 있다. 이날 중형차 토스카와 스포츠실용차(SUV) 윈스톰을 생산 중인 2공장 가동도 일부 차질을 빚었다.
지엠대우는 차량 제작에 필요한 타이어의 85%를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로부터 공급받고 있으며, 조업 중단으로 이날 하루 700대 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하지만 지엠대우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공급 중단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18일 오후 받아들이며 ‘타이어 공급을 중단하여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려 사태 장기화는 피했다.
지엠대우 쪽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양사와 올해 3월 예외적인 일괄 가격 인상안에 합의했는데도 또다시 가격 인상을 요구해 왔다”며, “이는 장기 공급계약 위반임과 동시에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지엠대우의 한 관계자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줘 다행스럽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타이어 업체들도 어려운 완성차 업체의 사정을 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이어 업체들은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지엠대우가 가격 인상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어 타이어를 더 공급하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타이어 업체들은 3월 이후에도 원유·고무 등 원자재 값이 30% 이상 급등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에 타이어 납품 가격을 12%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고위 관계자는 “3월 가격인상 이후에도 원자재값이 너무 올라 가격을 더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대차 등 다른 업체들은 협상에 성실히 응하고 있는데 지엠대우가 전혀 값을 올려줄 수 없다고 나오며 법원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은 협상을 거부한 것이라고 보고 공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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