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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잔업·특근 ‘가속페달’만…곪아터진 노-노

등록 2008-09-08 19:02수정 2008-09-08 19:15

현대차 울산공장은 현대·기아차를 세계 5대 자동차메이커로 성장시킨 산실이지만 회사의 ‘물량 절대주의’와 밤샘노동, 비정규직 양산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사진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지난 4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의 수용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 뒤 개표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현대차 울산공장은 현대·기아차를 세계 5대 자동차메이커로 성장시킨 산실이지만 회사의 ‘물량 절대주의’와 밤샘노동, 비정규직 양산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사진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지난 4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의 수용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 뒤 개표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임금의 350% 당근’ 시급제 시행뒤 근무시간 늘어
비정규-정규직 갈등…“낡은 노사관계 시험대에”
한국자동차산업
도약 엔진 찾아라

1부 한국 자동차산업 어디 서 있나

① 현대·기아차그룹 경쟁력 현주소

② 글로벌 톱5의 그늘

③ 노사 모두 환골탈태해야

2부 선진기업에서 배운다


3부 한국 자동차산업 2.0 시대를 열자

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잔디밭 앞. 에쿠스 차종을 대신할 새 차종을 배정하라는 펼침막과 함께 천막이 설치돼 있었다. 벌써 넉달째다. 이런 풍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름값이 올라서 일감이 줄어들거나 단종이 임박할 때마다 공장별 대·소의원들이 본관 앞으로 몰려와 인기있는 새 차종을 배정하라고 요구한다.

올해 근속 15년차인 승용3공장의 최아무개(40살)씨는 격주마다 주·야간 8시간 근무에 하루 2시간씩 잔업을 한다. 이어 토요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15시간 특근을 한다. 상여금과 잔업수당을 포함한 월 급여가 400여만원에서 주말 특근으로 450만~500만원으로 오르지만 주말에 가족과 여가를 즐기는 것은 포기하고 있다.

승용2공장 하청업체 노동자 박아무개(44)씨는 주·야간 10시간씩 정규직과 함께 일하지만 급여는 정규직의 60%만 받는다. 근속연수가 쌓일수록 임금 격차는 더 커진다. 박씨는 “석달마다 재계약을 하기 때문에 생산물량이 줄어들면 언제 그만둘지 몰라서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할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를 세계 5대 완성차 제조회사로 끌어올린 주역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바람잘 날이 없다. 파업과 극적 타결의 ‘방정식’은 연례행사가 됐다. 1987년 노조가 설립된 이후 쟁의가 없었던 해는 1994년뿐이었다.

2000년 이후엔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물량 다툼이다. 1998년 사상 첫 구조조정이 단행된 것이 계기가 됐다. 1만여명의 동료가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무급휴직 등으로 떠나는 것을 목격한 이들 사이엔 ‘회사에 남아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자’는 생각이 급속히 퍼졌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황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황
여기에 노동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시급제가 기름을 부었다. 물량주의를 펴던 회사는 주말·휴일특근을 하면 통상임금(기본급+수당)의 300~350%를 지급하며 노조원들을 유혹했다. 물량이 부족한 생산라인에서 하루 8시간 근무했을 때와 하루 2시간 잔업과 주말·휴일특근을 했을 때의 임금이 연간 1천만~2천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해마다 물량을 많이 따내는 대·소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해마다 10여명이 과로로 숨지는 것을 막고 노동형제들이 공생하기 위해 남는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소의원들은 외면을 당했다.

신규투자보다는 잔업과 특근으로 물량을 늘려가던 회사의 전략은 처음에는 성공하는 듯했으나 곧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잘 팔리는 차종과 안 팔리는 차종의 인력을 조정하는 전환배치가 어려워지면서, 한쪽은 차가 없어서 못 팔고 다른 쪽은 꼬박꼬박 급여를 주면서 공장 가동을 몇 개월째 놀리는 기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2003년 9월 주5일 근무(주당 40시간)가 시행된 뒤 오히려 근무시간이 주당 60시간으로 늘었다”며 “월급제로 바뀌지 않으면 물량 다툼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급변하는 시장변화에 따라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적어도 이런 면에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잔업과 특근에 올인하는 풍조가 널리 퍼지면서 되레 회사의 발목이 잡혔다”고 실토했다.

1만여명의 사내 비정규직은 정규직 노사가 타협한 산물이다. 이는 2000년 노조가 정규직의 고용을 보장받으면서 전체 생산공장 인력의 16.9%(1997년 기준 3500명) 이내에서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것을 허락한 것이 빌미가 됐다. 그러나 얼마 뒤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비정규직 숫자는 3500여명에서 1만여명으로 늘었다. 경영진은 정규직 임금의 50~70% 수준인 비정규직을 채용하면 그만큼 순이익이 늘 수 있었다. 정규직 노조원들은 힘든 공정을 비정규직한테 떠넘길 수 있었고 경영위기가 닥치면 자신들의 ‘고용 안전판’이 될 것으로 봤다. 비정규직이 갈수록 늘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정규직이 하던 힘든 공정을 비정규직이 대신하면서 정규직들의 기득권 유지 경향이 더 굳어져 전환배치 거부로 이어지고 있다. 비정규직은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곳곳에서 정규직과 무관하게 단독으로 파업을 벌여 정규직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자동차 전 노조 간부는 “밤샘근무 폐지(주간 연속 2교대)는 일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곪아 터진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며 “현대자동차 노사가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는 시험대에 놓였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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