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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파산이냐 구제냐” 숨죽인 디트로이트

등록 2008-12-01 19:33수정 2008-12-01 19:34

지엠과 포드 재무 현황
지엠과 포드 재무 현황
미 자동차 ‘빅3’ 파산공포속 도심 슬럼화
구제금융 받기 위한 자구방안 오늘 발표
현지 한국부품기업 “이미 인력조정 시작”


디트로이트 빅3 개황
디트로이트 빅3 개황
“38년 동안 자동차 딜러를 했다. 오일쇼크도, 엄청난 자동차 파업도, 9·11도 겪었다. 하지만 이렇게 안좋은 상황은 처음이다.”

미국 디트로이트 북부 플린트에서 시보레, 뷰익 지엠시(GMC), 링컨 머큐리 등 미국 ‘빅3’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딜러 랜디 와이즈는 요즘 상황을 한마디로 “최악”이라고 표현했다. 25일 만난 그는 지난해 한달에 80대 정도 팔던 뷰익 지엠시 차량을 이달 들어 겨우 18대 팔았다고 말했다. 내년 말에는 전체 자동차 딜러의 60% 정도만이 살아남아 있을 것 같다는 것이 평소 ‘낙관적’이라고 강조하는 그가 내놓은 전망이다.

‘빅3’가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미국 전역을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찾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지 디트로이트에서는 불황의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미 빅3가 신청한 구제금융이 의회에서 반려된 가운데 2일 빅3가 의회에 제출하는 자구책이 어떤 내용이 될지에 대한 관심도 컸다. 디트로이트 시민들 사이에서는 “설마 정부가 빅3를 망하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이 팽배한 가운데서도 불안감이 퍼져가고 있었다.

영화 ‘로보캅’, ‘8마일’의 무대로 이미 도심공동화와 슬럼화의 상징처럼 돼버린 디트로이트 시내에는 한낮에도 인적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쇠락하고 위험한 도시가 됐다. 부유한 백인들은 외곽으로 떠나고 흑인들이 모여사는 슬럼가로 포위되다시피 한 디트로이트 시내는 범죄 위험 때문에 사람들이 잘 걸어다니지 않는다. 그나마 괜찮다던 외곽 지역도 이미 빅3부터 상당 수준의 구조조정이 진행돼 실업자가 많이 늘어났다.

지난 27일 목요일은 미국의 추수감사절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추석 직전처럼 상권이 술렁술렁해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인근의 상권은 한산했다. 가장 큰 백화점인 메이시 백화점에서도 60~70% 세일을 하고 있는데도 손님이 별로 없었다. 디트로이트 공항 근처에서 호텔은 운영하는 랜달 그린은 “경제 상황이 이렇게 안좋은데 지갑을 쉽게 열 사람이 없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빅3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소비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에 우뚝 솟은 지엠(GM) 본사 건물 앞에서 어두운 표정의 디트로이트 시민이 서 있다. ‘빅3’가 휘청대면서 미국 자동차산업의 본산인 디트로이트 경기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에 우뚝 솟은 지엠(GM) 본사 건물 앞에서 어두운 표정의 디트로이트 시민이 서 있다. ‘빅3’가 휘청대면서 미국 자동차산업의 본산인 디트로이트 경기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디트로이트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상당했다. 디트로이트가 속한 미시간주의 실업률은 10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높은 9.3%다. 199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자동차업계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져 온 탓이다. 리서치 기관인 에이엠티에이시(AMTAC)는 2000년 이후 미시간주에서 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디트로이트 인근 시민 대부분은 빅3가 제공하고 있는 의료보험과 연금 혜택을 받고 있다. 빅3는 현재 200만명의 미국인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75만명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혜택에 대한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노조에 제공한 과도한 혜택이 빅3의 몰락을 부추겼다는 견해 때문이다. 자동차 딜러 랜디는 “많은 사람들이 연금과 의료보험이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 많다”며 “연금과 보험 혜택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지역경제에는 엄청난 타격”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에 진출해 있는 한국 부품기업들은 이미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코트라 디트로이트무역관은 지난달 26일 60여개에 이르는 한국 부품기업들의 디트로이트 지부장들을 모아서 빅3의 파산시청 때의 대응방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미국의 파산전문 변호사도 함께 참석했다. 한 부품회사의 디트로이트 지부장은 “이미 인력 조정에 들어간 부품업체들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지금같은 불황이 지속돼 빅3가 공장을 폐쇄하고 인력감원을 지속할 경우 그 여파로 1년 이내에 전국적으로 300만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구제금융이 지원되더라도 빅3가 경쟁력을 되찾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미시간대 자동차연구소 브루스 벨조스키 선임연구원은 “2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은 빅3가 2009년까지 살아남기도 쉽지 않은 수준의 돈”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글·사진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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