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GM)대우 부평공장 앞에서 19일 오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오른쪽)이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동안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지엠대우는 22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모든 공장의 문을 닫는다. 부평/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내년 판매량 두자릿수 하락 예측
현대기아차 “소형차로 역량 집중”
현대기아차 “소형차로 역량 집중”
아이엠에프(IMF) 이후 최악(한국), 대공황 이후 최악(미국), 30년 안에 최악(일본).
내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최악의 한해를 기록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치가 최근 속속 발표되고 있다. 안 그래도 휘청거리고 있는 완성차업체들은 감산, 부도, 합종연횡의 격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한국차 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혼다 회장인 아오키 사토시 일본자동차제조업협회(JAMA) 회장은 18일(현지시각)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일본내 자동차 판매가 500만대 미만으로 떨어져 지난 31년 사이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회복 국면을 바라본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미국 자동차전문 <오토뉴스>는 오일쇼크 이후 최악인 내수판매 1212만대를 내다봤다. 그동안 세계시장 성장을 이끌어왔던 중국과 인도, 러시아 시장의 성장도 10% 미만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세계 전체 자동차판매는 긍정적으로 전망했을 경우 6200만대 정도 수준(제이디 파워)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6400만대 정도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국내차 업계에 얼마나 큰 충격을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현대·기아차는 소형차에 강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위기 상황을 점유율 상승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엘아이지투자증권 안수웅 센터장은 “전체 시장 감소폭보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감소폭이 더 적을 것이라고 예상할 근거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10월 이후를 보면 소형차도 대형차 못잖게 판매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북미 판매감소율을 보면 일본 빅3인 토요타, 혼다, 닛산이 각각 -23.0%, -25.2%, -33%를 기록했고, 현대와 기아는 각각 -31.1%, -38.5%를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현대·기아차가 내년에 내수·수출 모든 면에서 수치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보증권 리서치 센터는 현대차의 경우 내년 수출 102만대로 올해에 비해 9만대 정도 줄어들고 기아차는 73만대 정도로 1만5천대 정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지엠대우, 르노삼성, 쌍용차도 사정이 별로 좋을 게 없다. 엘아이지투자증권의 분석으로 각각 내수에서는 20% 가까운 하락이 점쳐지는 가운데 수출도 두자릿수 이상의 하락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환율효과 등으로 국내차 업계의 수익성은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판매대수 감소분을 환율상승분으로 인한 수입증가가 메워줄 거라는 전망이다. 환율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더 높아지는 효과도 생긴다. 경쟁업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차 업계가 엔화강세로 인해 가격경쟁력에서 손해를 보는 것도 하나의 기회다. 현대차 관계자는 “빅3가 삐걱거리는 3~4년 동안 소형차 개발에 핵심역량을 집중해 점유율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당면한 목표”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