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투자부적격’으로 등급조정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가 발행하는 채권의 신용등급이 ‘정크본드’(부도 가능성이 높은 채권)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자동차 ‘빅3’가 파산할 경우 파생금융상품인 신용부도스와프(CDS) 손실 때문에 미 금융계가 리먼브라더스 파산에 못지않은 충격을 또한번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22일(현지시간) 지엠의 무담보채권에 신용등급을 1단계 낮춰 ‘시(C)’로 조정했다. 이 등급은 ‘원리금 지급불능 가능성이 있다’를 뜻하는 것으로, 파산을 나타내는 디(D) 등급 바로 위이면서 투자적격의 최하 등급인 ‘BBB-’보다도 11단계나 추락한 수준이다. 스탠다드앤푸어스의 애널리스트인 로버트 슐츠는 지엠이 미 연방정부로부터 134억달러의 지원을 받은 뒤에도 여전히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디스도 이날 포드의 260억달러에 이르는 채권 등급을 두단계 낮춰 투자적격에서 9단계 떨어진 ‘Caa3’로 조정했다.
한편, 대신증권은 23일‘빅3’가 파산에 따른 신용부도스와프(CDS)의 손실 규모를 추정한 분석보고서를 냈다. 시디에스는 채권의 부도위험을 보장해주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주로 투자회사나 보험사 등이 부도위험도에 따라 프리미엄을 받고 투자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엠이나 포드가 파산할 경우 시디에스 손실규모는 각각 600억달러, 크라이슬러 파산 때는 250억달러로 추정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빅3 구제금융 규모인 134억달러보다 훨씬 큰 금액으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때처럼 손실률을 70%로 계산한 것이다. 실제 빅3가 파산할 경우, 이는 금융위기가 실물로 옮겨붙는 지금까지 양상과는 달리 산업위기가 금융위기를 더 심화시키는 사례가 된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정부의 자동차업계 구제금융도 유동성 부족을 몇달 지연시키는 미봉책에 불과해 자동차 3사의 파산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형섭 황상철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