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환 부회장 이어 조남홍 사장 물러나
“정회장 친정체제 강화목적” 점치기도
“정회장 친정체제 강화목적” 점치기도
기아자동차 조남홍 사장이 23일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시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기아차 김익환 부회장이 19일께 표시한 사의가 받아들여져 고문으로 발령난 지 하룻만이다. 기아차가 올해 잇따른 신차 출시 성공으로 불황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최고경영진이 물러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제 남은 기아차의 최고경영진은 정몽구 회장과 그 아들인 정의선 사장뿐이다.
조 사장의 사의 표시 이유는 ‘오리무중’이지만 정몽구 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는 것이 내외부의 평가다. 하지만 조 사장의 갑작스런 사의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조 사장이 그동안 국내 영업을 이끌면서 2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는 기아차를 3분기 연속 흑자로 돌려놓은 ‘일등공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덕분에 조 사장은 김익환 부회장 자리를 이어 부회장 승진이 점쳐지기까지 했다.
기아차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던 김익환 부회장, 조남홍 사장이 잇따라 물러나면서 기아차는 정 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정의선 사장은 올해 3월 대표이사를 사임했으며, 그 뒤 꾸준히 대표이사 복귀설이 돌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들의 잇따른 사임이 정의선 대표이사 복귀를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무성하다. 정 사장의 부회장 승진설도 현대·기아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르면 26일 단행될 현대·기아차그룹 고위급 임원의 인사 폭과 깊이가 예상을 훨씬 벗어나는 ‘대규모 인사 태풍’으로 번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박정인·김동진·김용문 부회장 등 올해 말 물러난 원로급 부회장들의 빈자리도 아직 다 메워지지 않았다. 그룹의 한 간부는 “연말 인사가 어떻게 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내년도에 본격적인 위기가 닥칠 것에 대비한 친정체제 강화가 목적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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