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와 쌍용자동차 주가 추이
“구조조정 안하면 철수” 압박에 노조 격앙
양쪽 경영진 긴급면담…자금지원 전망도
양쪽 경영진 긴급면담…자금지원 전망도
“오늘이 월급날인데 월급 소식은 없고. 어떻게 될지…”
쌍용차 노조 한일동 사무국장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벌써 며칠째 추운 날씨에 천막농성을 하고 있으니 몸이 온전할리 없었다.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에서 철수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온 이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이자 원래 월급이 나와야 되는 24일이었다.
쌍용차 최형탁 사장이 23일 “노조가 구조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상하이차가 철수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쌍용차의 미래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상하이차 고위 관계자는 24일 긴급 방한해 쌍용차 최고경영진과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주 중으로 상하이차가 일부 자금지원을 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이미 쟁위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으며 22일 대의원대회에서 쟁위발생 결의를 위임받아 언제든지 파업에 들어갈 수 있는 준비를 끝냈다.
최 사장이 상하이차의 철수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 사장은 23일 노조 대표들과 만나서 이달 말까지의 휴업과 학자금이나 연월차수당 등 복지제도 32가지를 중단하는 것에 합의해 달라고 요청했고, 노조 쪽에서는 일방적인 희생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철수 가능성’ 소식을 들은 노조는 격앙된 상태다. 한일동 사무국장은 “아마 노조원들이 뭉쳐 기술유출을 막고 있기 때문에 상하이차가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아직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쌍용차의 성적표만 보면 상하이차가 떠나겠다는 것이 전혀 허튼 소리만은 아니다. 상하이차는 2005년 1월부터 사실상 쌍용차의 경영을 시작했는데 당시 전체 쌍용차 지분의 51.33%인 5900여만주를 주당 1만원에 샀다. 현재 주가가 1천원 수준이니 5천억원 이상을 허공에 날린 셈이다. 인수 뒤에도 계속 적자를 봐서 배당이익도 얻지 못했다. 지난해 인수 뒤 처음으로 겨우 1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다시 1천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 쌍용차의 주력인 스포츠실용차(SUV) 시장은 내년에도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상하이차가 쌍용차 인수로 얻은 유무형의 가치가 더 크다는 반론도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차량을 한대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을 보통 3천억원 정도로 보는데 그동안 상하이차가 얻은 기술과 노하우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들인 비용 이상의 가치를 충분히 뽑아냈다”며 “게다가 아직 공장설비 등 남은 재산도 많아서 손해를 봤다는 것은 엄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상하이차가 철수했을 경우에 쌍용차와 산업계가 입을 타격은 엄청나다. 당장 7천여명에 이르는 쌍용차 임직원들과 협력업체들이 입을 피해가 만만치 않다. 쌍용차를 인수할 만한 업체도 찾기 힘들다. 한국투자증권 서성문 연구원은 “쌍용차가 당장 되살아날 방법은 스포츠실용차 시장이 급격하게 회복하는 길뿐인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상하이차 철수 소식에 24일 오전 한때 급락해 900원대로 떨어졌던 쌍용차 주식은 오후 상하이차의 지원 전망이 시장에 퍼지면서 1025원에 마감했다. 쌍용차 주식의 액면가는 5천원으로 그 20%인 1천원 이하가 30일 지속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매매일 동안 열흘 이상 연속, 또는 누적 30일 이상이면 상장폐지된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상하이차 철수 소식에 24일 오전 한때 급락해 900원대로 떨어졌던 쌍용차 주식은 오후 상하이차의 지원 전망이 시장에 퍼지면서 1025원에 마감했다. 쌍용차 주식의 액면가는 5천원으로 그 20%인 1천원 이하가 30일 지속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매매일 동안 열흘 이상 연속, 또는 누적 30일 이상이면 상장폐지된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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