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긴급 노사정협의회에서 한상균 노조지부장(오른쪽 첫번째)이 발언을 하는 동안 최형탁 사장(왼쪽 첫번째) 등 참석자들이 이를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쌍용차|상하이차 투자 없어 경쟁력 떨어져
지엠대우|모회사 GM 개발판매 의존 위기 취약
르노삼성|르노의 플랫폼 쓸 신제품 평가 미지수
지엠대우|모회사 GM 개발판매 의존 위기 취약
르노삼성|르노의 플랫폼 쓸 신제품 평가 미지수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가 ‘구조조정 받아들이지 않으면 떠나겠다’고 엄포를 놓을 때마다 노조의 반응은 한결같다. “원래 약속했던 1조2천억원의 투자 약속만 지켜졌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투자 부족과 차량 경쟁력 약화로 쌍용차가 위기에 빠지면서 지엠대우, 르노삼성 등 외국 자본 소유인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자생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를 확대해 차량 라인업을 다양하게 갖추지 않는다면 다른 업체들도 얼마든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쌍용차가 위기에 빠진 것은 스포츠실용차(SUV)에만 집중된 차량 라인업 탓이 크다. 쌍용차는 대형 승용차인 체어맨을 빼고는 로디우스, 렉스턴, 카이런, 액티언 등 출시 차량이 모두 실용차량에 몰려 있다. 경유값이 급등하고 소형차에 관심이 쏠리면서 쌍용차의 경쟁력은 급락했다. 하지만 굳이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쌍용차의 제품력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돼 왔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자동차전문가는 “굳이 상하이차가 인수했기 때문은 아니겠지만 쌍용차의 최근 디자인이나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결국 기술개발 등에 대한 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지지 못한 점이 위기를 불러온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해 경영을 시작한 2005년부터 지금까지 상하이차가 쌍용차에 투자한 추가 자본은 전혀 없다. 애초 약속했던 기술이전료 등 3200억원도 아직 집행이 되지 않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이상현 애널리스트는 “(투자를 통해) 중소형 세단 라인업이 확충기 전까지는 실적 개선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런 지적에 지엠대우나 르노삼성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두 회사 모두 만약 모기업이 철수할 경우에는 혼자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지엠대우는 현재 제너널모터스(GM)의 경차·소형차의 개발 생산 전략거점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경차와 소형차를 제외하고는 지엠대우의 기술력이나 노하우가 점점 퇴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문제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지엠대우의 대형 승용차에 대한 경쟁력이다. 지엠대우는 지엠의 대형차 전략거점인 호주 홀덴에서 개발한 ‘스테이츠맨’과 ‘베리타스’를 잇달아 국내에 출시하고 있지만 참패를 면치 못하고 있다. 베리타스의 11월 판매량은 단 28대에 그쳤다. 브랜드 가치도 국내를 빼고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동남아 일부 지역을 빼고는 지엠대우의 제품들은 모두 시보레 등 지엠그룹의 다른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2002년 10월 출범한 뒤에 국내 수익 재투자 외에 모기업에서의 자본 투자가 없었기는 지엠대우도 마찬가지다. 하나금융연구소 모세준 연구원은 “모기업 지엠에 개발 판매를 너무 의존해 자생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모회사의 경영상태에 너무 수동적일 수밖에 없어 위기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르노삼성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애초 에스엠(SM)5 한대에 불과했던 라인업이 르노가 인수한 뒤 에스엠3, 에스엠7, 큐엠(QM)5 등으로 확대되긴 했지만 자생력을 갖출 정도로 다양하지 못하다. 기술자립도도 낮은 편이다. 애초 닛산의 플랫폼(차대)을 쓰던 르노삼성은 현재 본사 차원의 결정에 따라 르노의 아시아 전략 기지로 변모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신제품들도 모두 르노의 플랫폼을 쓸 예정이어서 지금까지의 호평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외자 3사의 출자현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