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인사 20여일만에…서병기 부회장도 전격 고문발령
현대자동차가 19일 서병기(품질담당), 최재국(국내외 영업담당) 부회장을 고문으로 발령내 일선에서 밀어내는 갑작스런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연말 정기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단행한 지 겨우 20여일 만이다. 특히 최재국 부회장은 부회장직에 오른 지 두달여밖에 되지 않아 정몽구 회장 특유의 ‘럭비공 인사’(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뜻)가 다시 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 부회장의 퇴임과 함께 영업을 맡았던 이광선 사장도 계열사인 글로비스 양승석 사장과 자리를 맞바꿔 현대차의 영업담당 최고위층이 하룻만에 전부 교체됐다.
현대차 쪽은 이날 세계 자동차 시장의 침체에 따른 위기 극복과 지속성장을 위한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비스 양승석 사장을 현대자동차 국내 및 해외영업 담당 사장으로 발령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서비스사업부장 신영동 전무도 국내영업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위기상황에서는 새로운 영업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현대차 쪽이 밝힌 인사 배경이다. 양 사장은 2000년부터 5년 동안 현대차 해외영업본부 특히 중국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고 그 공적을 인정받아 사장급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양 사장도 계열사인 부품회사 다이모스에서 글로비스로 옮긴 지 이제 겨우 석 달 정도 지났고, 최재국 부회장과 이광선 사장이 승진한 것이 각각 11월 말과 12월 초라는 점에서 매우 의외의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그룹의 경영환경이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지난해 12월 말과 특별히 바뀐 게 없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의 배경을 두고 “정몽구 회장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사내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술렁거리는 동시에 설 이후 인사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의 갑작스런 인사로 물밑으로 들어갔던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부회장 승진설도 다시 물위로 떠올랐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지난해 9월 이후 달마다 사장단 및 부회장단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모비스로 전보되고, 박정인 에이치엠시(HMC) 투자증권 회장과 유홍종 비엔지(BNG) 스틸 회장이 고문으로 밀려났다. 이어 10월에는 김용문 그룹 부회장이 다이모스로 전보됐다. 11월에는 현대차 윤여철·최재국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고, 12월 정기인사에서는 현대차 최한영 사장과 이현순 사장, 기아차 정성은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된 일련의 인사를 두고 원로급을 정리하면서 정의선 사장 체제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