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테(왼쪽), 제타TDI
엔진 마찰력 줄이고 변속기 동력전달 최적화
아반떼·포르테·제타·푸조 등 새 모델 출시
아반떼·포르테·제타·푸조 등 새 모델 출시
무려 ‘15.3㎞/ℓ’
최근 2009년형으로 새롭게 출시된 아반떼, 포르테, i30 등 현대·기아차의 1.6리터 가솔린 준중형 차량(자동변속기)의 연비다. 이들은 국내 준중형 최초로 연비 1등급을 받았다. 차량 중량이 줄어들었거나 엔진 출력이 높아진 것도 아니다. 엔진과 자동변속기의 최적화만을 통해 기존 14.1㎞/ℓ보다 7.8%나 향상된 연비를 이룬 것이다.
지금 전세계 자동차업계는 연비 향상에 목숨을 걸고 있다. 경제위기 여파로 경제성이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와 마찬가지로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연비를 껑충 높인 모델을 쏟아내고 있다. 과연 이들의 연비 향상의 비밀은 무엇일까.
■ 미세한 조정으로도 연비 껑충 이번 연비 향상으로 현대·기아차의 준중형과 다른 완성차업체들의 준중형차 사이의 연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엠대우의 야심작 라세티 프리미어와 르노삼성의 에스엠(SM)3는 연비가 13.0㎞/ℓ다. 이들 차량보다 현대·기아차의 준중형 차량은 1년에 2만㎞를 달린다고 할 때 현재 휘발유 가격으로는 30만원 가까이 연료비가 덜 드는 셈이다.
현대·기아차연구소에서는 연비 향상의 비밀을 알려주기를 꺼렸다. 보안을 유지해야 할 고유기술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간단하게나마 비밀의 일부를 귀띔해줬다. 우선 엔진 안에 있는 피스톤의 마찰력을 감소시켰다. 마찰력이 줄어들면서 더 적은 연료로도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파크 플러그 주변의 온도도 낮췄다. 덕분에 점화 시기를 조절해 효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변속기도 동력 전달이 더 효율적으로 되도록 손을 봤다. 보통 운전자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일정 속도 이상의 엔진 아르피엠(RPM·분당 회전속도)에서는 엔진에 연료 공급이 중단된다. 흔히 퓨얼 컷(Fuel Cut)이라고 부르는데, 운전을 잘하는 사람들은 이 순간에 관성운전을 함으로써 연료 소비를 줄인다. 현대·기아차는 이런 ‘퓨얼 컷’이 적용되는 영역을 더 넓힘으로써 연료 소비를 줄였다. 또 자동차가 가속할 때 연료를 집중적으로 소비하는데 이때 분사량도 조정했다.
■ 세계는 지금 연비향상 전쟁중 기아차는 지난 14일 유럽에서 씨드의 연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아이에스지(ISG) 모델을 출시했다. 아이에스지란 ‘아이들 스톱 앤 고’(idle stop & go)의 줄임말로 정차할 때 시동이 꺼지고 다시 출발할 때 시동이 켜지는 방식을 뜻한다. 다시 시동을 걸 때는 모터를 이용해서 부드럽게 건다. 서 있을 때 아예 엔진이 꺼지기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운전 때 연료 소비가 대폭 줄게 된다. 15% 정도 연비 향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과 우리나라의 연비측정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1.4리터와 1.6리터 가솔린 모델(수동변속기) 모두 도심에서의 연비를 계산해 보면 17.5㎞/ℓ 수준에 이른다.
최근 폭스바겐코리아는 준중형급 모델인 제타의 2.0리터 디젤 모델(자동변속기)을 출시하면서 17.3㎞/ℓ의 놀라운 연비를 자랑했다. 차체급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쏘나타의 2.0 디젤 모델(자동변속기)의 경우 연비는 13.4㎞/ℓ에 불과하다. 차세대 엔진제어 시스템이 적용되고 6단 디에스지(DSG) 더블 클러치 변속기가 장착돼 연비가 대폭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지난 연말 푸조도 2.0리터 디젤엔진(자동변속기)에 15.6㎞/ℓ의 뛰어난 공인연비를 가진 308을 출시한 바 있다. 현재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도 가장 눈길이 많이 쏠리는 차는 연비를 대폭 높인 ‘그린카’들이다.
이제 연비가 리터당 15㎞에 못미치면 연비가 높다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판이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에겐 고마운 일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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