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미국시장 점유율 추이
2월 합계…슈퍼볼 등 광고마케팅 효과 톡톡
현대·기아차가 1월에 이어 2월에도 미국 시장에서 선전을 이어갔다. 둘이 합한 미국시장 점유율은 7.6%로 사상 최고치다. 현대차의 파격적인 마케팅이 성과를 거둔 배경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지난 2월 미국시장에서 3만621대를 팔아 시장점유율이 4.4%에 이르렀다고 3일 발표했다. 지난해 2월에 견주면 판매량이 1.5% 감소했으나 1월달보다는 24.9% 늘어났다. 이런 실적은 제너럴모터스(GM)의 판매실적이 -53%(12만6170대), 포드 -48%(9만9050대), 도요타 -40%(10만9583대) 등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대단한 선전이다. 차종별로는 엑센트(국내명 베르나)가 4334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엘란트라(아반떼)가 8899대로 31.8% 늘어나는 등 소형차가 인기를 끈 것이 눈에 띈다. 제네시스는 1197대 판매로 인기를 이어갔다. 기아차는 2월중 2만2073대를 팔아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0.4% 늘어났다. 세도나(카니발)가 6211대나 팔렸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프로풋볼 슈퍼볼 경기와 최근 아카데미상 시상식 등 큰 행사에 엄청난 돈을 들여 광고를 집중 배치했고, 실직했을 때 3개월간 할부금을 대납해주고 그래도 재취업을 못했을 경우 차를 다시 사주는 ‘어슈어런스 플러스’ 프로그램을 도입해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또 원-달러 환율 상승을 바탕으로 차종별로 수천달러에 이르는 ‘인센티브’(할인판매) 공세도 펴고 있다. 이런 과감한 마케팅이 현대차가 극심한 불황에도 점유율을 빠르게 올리는 힘이 되고 있다는 게 현대차 현지법인의 분석이다. <로이터> 통신은 “현대차가 붕괴하는 미국시장에서 (지난 1월에 이어)다시 우수한 기량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환율을 등에 업은 이런 마케팅 방식은 나중에 수익을 갉아먹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선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 차들 중에 많은 수가 렌터카 회사로 갔다. 렌터카 회사로 간 차는 2년 안에 중고차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고 결국 한꺼번에 현대 중고차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와 중고차값이 떨어질 수 있다. 미국에서는 중고차값(잔존가치)이 차량 선택의 중요한 요소다. ‘어슈어런스 ’의 경우도 문제가 되면 보험사가 직접 손해를 짊어지지만 결국 반납된 차는 중고차 시장에 풀려 값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과감한 할인판매 또한 제네시스를 출시하며 좀 더 고급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던 현대차의 계획을 헝크러뜨릴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빅3의 퇴조에 따른 반사이익 적극적인 마케팅이 시너지를 불러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며 “결국 고객들의 차의 성능에 만족해 계속 우리 차를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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