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메이커 생산순위
피아트와 합병…파산절차동안 판매차질 예상
포드, 반사이익 클듯…현대·기아차에도 기회
포드, 반사이익 클듯…현대·기아차에도 기회
미국 완성차 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가 결국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가게 됨에 따라 북미 자동차시장은 물론 세계 자동차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크라이슬러는 파산법원의 관리 아래 단기간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친 뒤 새로운 회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탈리아 소형차업체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의 지분 20%(최대 35%)를 보유한 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지프와 미니밴으로 유명한 크라이슬러의 2007년 생산량은 253만6천대 수준으로 세계 11위다. 269만4천대를 생산한 피아트와 합병하게 되면 둘이 합쳐 523만대 정도로, 그룹으로 치면 르노-닛산(610만대) 아래 6위를 차지하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431만대 생산으로 7위권이다. 하지만 구조조정과 합병 과정에서 크라이슬러의 덩치는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엠(GM)의 미래 또한 불투명하다. 지엠은 가능한한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가지 않고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계획이며 5월말까지 미 정부에 자구안을 제출해야할 처지이나, 아직 노조나 채권단과의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한 상태다. 몇달째 계속된 미국 자동차 빅3의 위기 와중에 미국 자동차 업계의 체력은 극도로 허약해졌다. 브랜드 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은 물론 반년 가까이를 허송세월하면서 기술 개발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 시장이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차의 점유율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1분기 미국 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지엠이 19.5%, 도요타 16.3%, 포드 14.1%, 크라이슬러 11.2% 등을 기록했다. 하지만 파산보호 신청에 따른 서비스 차질 등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당분간 크라이슬러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또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딜러망 등도 축소될 게 뻔하기 때문에 당분간 판매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은 지엠도 마찬가지다. 두 업체의 곤경에 따른 반사이익을 가장 크게 볼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포드다. 빅3 중 유일하게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고 있는 포드는 지엠과 크라이슬러가 주춤하는 틈을 타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에게도 미국차 업체들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1분기에 북미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현대차의 1분기 북미시장 점유율은 4.3%로 지난해보다 1.6%포인트나 높아졌고 기아차도 사상 최초로 점유율 3%를 넘겼다. 현대차는 다른 라이벌들이 경기 침체로 뒤뚱거리는 가운데 우호적인 환율을 뒷배경 삼아 마케팅비를 쏟아붓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시장은 당분간 미국 업체들의 순위가 하락하는 가운데 일본 업체의 현상 유지, 독일·한국차의 약진이 예상된다”며 “경기침체 가운데서도 위기를 발판으로 삼아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려는 업체들의 다툼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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