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분기 세계 자동차판매 순위/완성차업체 인수합병 추진 현황
당시 인수합병 회사들 다시 ‘매물’로
피아트 등 신흥강자들 덩치키우기
현대·기아차는 내실쌓기 주력할듯
피아트 등 신흥강자들 덩치키우기
현대·기아차는 내실쌓기 주력할듯
‘500만대 생존론이냐, 내실쌓기 집중이냐.’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크라이슬러의 몰락과 이에 따른 인수합병(M&A) 경쟁으로 세계 자동차산업과 시장의 새판짜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강자들이 몸살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흥 강자들이 잇따라 덩치를 불리며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격이다. 연간 생산량 500만대 체제를 갖춰야만 살아날을 수 있다는 인식도 넓게 퍼지고 있다.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사장이 최근 이런 주장을 내놓으면서부터다. 피아트는 요즘 크라이슬러와 지엠의 유럽 현지법인들까지 흡수해 단번에 4위권으로 뛰어오를 꿈을 꾸고 있고, 독일 폴크스바겐과 포르쉐는 합병을 발표하면서 지엠까지 제치고 2위로 뛰어올라 도요타를 바짝 뒤쫓고 있다. ■ 10년 전의 재현, 과연 인수합병이 선인가 지금같은 자동차업계 인수합병 전쟁은 10년 전에도 벌어졌다. 1990년대 후반 자동차업계에서는 연간 400만대 이상을 생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가 퍼져 있었다. 그 이후 등장한 것이 이른바 ‘그레이트 식스(6)론’이다. 덩치 큰 6개 업체만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예측이었다. 포드의 마쓰다 인수(1996년),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1998년), 르노와 닛산의 제휴(1999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1999년) 등이 당시 있었던 일들이다. 혼자서 몸집을 불려온 도요타를 제외하고는 세계 자동차시장 상위권 업체들은 모두 인수합병을 통해 지금의 위치를 차지했다. 인수합병의 이득은 크게 보면 두가지다. 대량구입이 가능해 부품업체들과 가격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과 플랫폼(차대) 공유로 연구개발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수합병이 결과적으로 이득이 된 업체는 많지 않다. 도리어 당시 인수합병했던 회사들이 줄줄이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다시 나오고 있다. 크라이슬러를 삼켰던 다임러는 엄청난 손실을 입고 다시 토해냈고, 볼보(포드), 사브(지엠), 재규어·랜드로버(포드), 오펠(지엠), 복스홀(지엠) 등도 이미 팔렸거나 다시 매물로 나왔다. 르노·닛산과 현대·기아차 정도가 인수합병이 그나마 성공을 거둔 곳으로 평가받는 정도다. 자동차산업연구소 류기춘 부장(산업분석 담당)은 “쌍용차나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예를 봐도 일단 국경을 넘나드는 인수합병은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며 “지금은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내실을 쌓는 작업이 더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 지각변동은 계속…한국 업체 영향은? 하지만 당분간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인수합병을 통한 지각변동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시장에 나온 업체들이 있는데다 자생력을 가지지 못한 업체들도 위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합종연횡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국내 쌍용차의 사례에서 보듯이 연간 생산규모 10만대 이하의 작은 업체가 살아남기는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마쓰다나 미쓰비시, 스즈키 등 중소업체들의 향방도 관심거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현재 전세계 자동차업계의 총 생산능력은 9400만대인데 이 중 3400만대 정도가 공급과잉”이라며 “공급과잉이 해소되는 구조조정 와중에 적어도 2011년까지는 구조개편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현대·기아차가 내실을 쌓는 한편에서, 지엠대우와 르노삼성는 모회사의 운명에 따라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60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춘 만큼 추가 인수합병에는 별다른 의지가 없는 상태다. 자동차시장이 소형차 위주로 변하는 동시에 라이벌인 일본 업체들이 엔화 강세로 주춤거리는 현재 상황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는 “현대·기아차를 뺀 나머지 업체를 하나로 합쳐 쌍두마차 체제로 재편하는 것이 국내 자동차산업을 위해서는 가장 이득이 되는 그림이지만 묶을 주체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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