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5 시승기
아우디 A5 시승기
아우디 A5는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생소한 차다. A4, A6 등 세단과 로드스터(2인승 스포츠카)인 TT 등은 잘 알려져 있지만 4인승 2도어 쿠페인 A5는 아직 낯설다. 그렇다고 A5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차는 아니고 단지 아우디가 11년 동안 새 차를 내놓지 않았을 뿐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어, 그러고 보니 아우디에 왜 4인승 쿠페가 없었지?” 싶다. 오랜만에 등장한 A5는 2008년에 전세계에서 100만대가 넘게 팔리는 등 대히트를 쳤다.
A5는 ‘왜 2도어 쿠페인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겠다. 요즘 유행처럼 이른바 4도어 쿠페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만 해도 이미 폴크스바겐 CC, 재규어 XF, 메르세데스-벤츠 CLS 등이 출시됐다. 4도어 쿠페는 보통 실용성과 스타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평가된다. 뒷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실용성은 엄청나게 높아진다.
하지만 4도어 쿠페가 아무리 날렵해도 2도어 쿠페의 그 도도한 멋에 비하면 한 수 아래다. 4도어는 뒷좌석에 사람이 타는 것을 염두에 둔 만큼 C필러(뒷유리 쪽 기둥)가 어느 정도 솟아서 사람이 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2도어는 ‘뒷좌석에 사람이 타든지 말든지’란 느낌으로 납작하게 깎여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뒷문이 필요 없으니 앞문도 멋드러지게 쭉 뻗은 길쭉한 모양이다.
이런 공식을 충분히 따른 A5의 디자인은 말 그대로 정말 멋지다. 온갖 불편에도 불구하고 쿠페를 타는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멋’이고 그런 점에서 A5는 운전자의 기대를 확실하게 만족시켜 주는 차다. 전반적인 아우디 차의 느낌은 그대로 이어받고 있지만 풍성한 느낌의 앞모습에 이어 부드럽고도 날렵하게 뒤쪽으로 흐르는 옆 라인 덕에 개성적인 모양새다.
실내는 전반적으로 A4와 거의 비슷하지만 역시 널찍한 앞좌석에 비해 뒷좌석은 성인이 타고 오래 앉아있기 쉽지 않을 정도고 좁고 낮다. 편의사양 면에서는 낙제점을 주고 싶다. 온갖 편의사양을 갖추고 있지만 한글화도 안돼 있을 뿐더러 아우디 특유의 조작 장치인 MMI의 조작법은 영 손에 익지 않고 버튼도 복잡하다. 순정 상태에서 내비게이션을 쓸 수 없는 점도 불편하다. 아우디도 이제 국내 수입차업계에서는 메이저업체로 올라서고 있으니 이런 쪽을 좀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
쿠페의 또 하나 매력은 역시 뛰어난 주행성능이다. 장착된 2.0 TFSI(터보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최고출력 211마력에 최대토크가 35㎏·m에 이르러 가속력과 힘 모든 면에서 빼어나다. 대부분의 프리미엄 브랜드 쿠페와 달리 전륜구동인 탓에 운전하는 맛이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 나지만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의 안정성이 이런 단점을 상쇄한다. 연비는 9.9㎞/ℓ다.
시승한 주말 내내 사람들의 차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그만큼 눈길을 확 끄는 스타일을 가졌다. 하지만 뒷좌석에 유아용 카시트를 설치하고, 아기를 태우고 마트에 갔다 오는 일은 정말로 고생스러웠다는 점만은 꼭 덧붙이고 싶다. 아기 아빠에게 앞문만 달린 차는 역시 ‘드림카’에 불과한 것일까. 가격 6250만원.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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