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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작은 차 시대 오나 했더니 다시 큰 차

등록 2009-08-05 14:06

국내 자동차 시장, 중대형·SUV 판매 껑충
차급 상관없는 정부 세제지원탓
큰 차 살때 상대적 혜택 더 커
친환경차 집중지원 일본과 대조
“그동안 위축됐던 중·대형차와 스포츠실용차(SUV)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앞으로는 이쪽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정태환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이 최근 2분기 기업실적 설명회에서 한 말이다.

경기 침체기를 맞아 경차와 소형차 판매가 늘어나던 국내 자동차 시장이 경기회복 기미에다 자동차 세제 지원으로 중·대형차와 스포츠실용차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대형차 위주의 세금 정책이 자동차 시장의 역주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4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 6월 내수시장에 판매된 스포츠실용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무려 208%나 증가했다. 스포츠실용차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자동차세 감면 효과가 상대적으로 컸다. 여기에 쏘렌토 아르(R) 등의 신차 효과 덕을 봤다. 대형 승용차 판매도 78%나 늘어났다. 신형 에쿠스, 제네시스, 그랜저, 오피러스 등의 판매가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중형차도 10%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경차 판매는 31%나 줄어들었다. 경차 수요가 갑자기 줄어든 데는 전 차급에서 유일하게 자동차 세금 혜택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프라이드와 베르나, 클릭, 젠트라 엑스 등 준중형급을 뺀 소형차 판매도 7% 줄어들었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경차는 5만898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5%나 줄어들었고 배기량 1500cc 미만의 소형차 판매(1만8044대)는 38%나 감소했다. 그러나 대형 승용차는 8만7892대로 5% 증가했고, 스포츠실용차(10만904대)는 14% 넘게 판매가 늘어났다. 경기위축이라는 말이 무색한 수준이다. 하반기에 현대·기아차가 쏘나타와 투싼 후속, 준대형급인 브이지(VG) 등을 내놓으면 이런 경향은 더 굳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상은 이웃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일본의 6월 차 판매 순위를 보면, 1위는 하이브리드 차량인 도요타 프리우스, 2위는 혼타의 경차 피트, 3위는 도요타의 경차 비츠, 4위는 혼다의 하이브리드 인사이트, 5위는 도요타의 경차 팟소 순이다. 상반기 누계로 봐도 5위를 차지한 도요타의 코롤라를 빼고는 경차나 하이브리드차가 전부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자동차 내수시장이 중·대형차 위주로 다시 유턴하고 있는 데는 정부 정책 탓이 크다. 정부는 상반기까지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개별소비세를 30% 감면해주거나 2000년 이전 등록차량을 교체할 때 취·등록세 70%를 감면해 주는 방법으로 내수 부진에 허덕이던 차 업계를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경차나 소형차를 살 때보다 중형차와 대형차를 살 때 더많은 세금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 정부가 강조하던 친환경 녹생성장 기조에 배치되고 차급별 형평성 문제도 일으킨다. 한마디로 배기량이 크고 비싼 차에 세금 혜택을 더 많이 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어긋난 세제지원 정책이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두루 갖춘 경·소형차에 대한 관심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지 걱정한다.

일본은 13년이상된 차량을 폐차하고 에코카(친환경차)를 살 때는 25만엔이나 12.5만엔(경차)의 보조금을 주고 폐차하지 않을 경우 10만엔·5만엔의 보조금을 줬다. 친환경 차량에 대한 세금면제도 병행해서 시행 중이다. 이런 지원 덕분에 일본에서는 프리우스를 사려면 8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에서도 노후차를 폐차하면 일정 금액의 보조금을 일괄적으로 주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소형차와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는 “차량수요 확대 정책을 쓸 때 친환경성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장치를 쓰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스포츠실용차와 대형차에 안주하다 몰락하고 있는 미국 ‘빅3’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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