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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상하이차에 졸속매각 오류 되풀이해선 안돼”

등록 2009-08-07 06:47수정 2009-08-07 08:19

산업적 요소보다 금전적 요소 치중 화 자초
중장기 경영 책임질 새로운 대주주 찾아야
졸속처리·매각 피하려면

쌍용자동차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발단은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올해 1월 발표한 철수 방침이다. 주인이 회사 경영을 포기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노사 간 극적 타협으로 쌍용차는 일단 회생 발판을 되살리긴 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영을 책임질 새로운 대주주를 찾아야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쌍용차가 겪은 잘못된 인수합병(M&A) 오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1954년 설립된 ‘하동환 자동차제작소’에 뿌리를 둔 쌍용차는 현존하는 국내 최장수 완성차 업체다. 하지만 1980년대 말부터 경영권이 여러 번 바뀌면서 회사도 큰 굴곡을 겪었다. 1988년 쌍용그룹에 인수된 뒤 1998년 대우그룹으로 넘어가고 다시 2년 만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적용을 받아 채권단에, 2004년에는 상하이자동차로 회사의 주인이 계속 바뀌었다. 특히 2004년 이후 거듭된 투자 부진과 유가·세제 등 주변 환경의 악화는 쌍용차를 휘청이게 했다.

전문가들은 상하이자동차로 매각할 때의 조급함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당시 매각을 우려하며 기술 유출 등 예상되는 문제점을 제기했던 김기찬 자동차학회 회장(가톨릭대 교수)은 “매각을 할 땐 서둘러 할 수도, 몸을 만들어 할 수도 있는데 정부가 너무 조급했다”며 “특히 미래 청사진은 전혀 없고 산업적 요소보다 금전적 요소에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은행인 채권단 결정에 정부가 관여할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외자 유치’를 금과옥조처럼 여겼고, 은행들은 정부의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던 때였다. 결국 조흥은행 등 채권단은 상하이차의 인수대금 5900억원 가운데 4200억원을 빌려주면서까지 49.82%의 지분을 넘겼다. 김기찬 교수는 “생산성을 높이고 내실을 다질 시기에 채권단은 채권 회수에만 매달렸다”며 “워크아웃으로 세금을 면제받아 이익을 내던 쌍용차 스스로도 노사가 ‘내부성의 함정’에 빠져 자기들 이익을 나누는 데만 신경 썼다”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매각 이후였다. 인수 당시 상하이차는 완전한 고용승계와 2008년까지 10억달러 이상 투자, 2007년까지 33만대 생산체제 구축 등을 약속했지만, 아무것도 지키지 않았다. 상하이차의 인수 이후 쌍용차는 2005년 비정규직을 대거 뽑은 뒤 2006년 희망퇴직 형식으로 구조조정을 시도해 554명을 회사에서 떠나보냈다. 비정규직도 이후 1000명 가까이 줄여버렸다.

그나마 상하이차가 초기에 맺었던 특별약정도 소용없게 됐다. 산업은행이 2006년 2700억원을 지원하며 상하이차가 대출금을 갚은 뒤 특약을 해지해 버렸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 출신의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완성차 업체들은 1~2년에 한 번씩 신차를 내야 하는데 2005년 이후 쌍용차는 부족한 연구개발 비용으로 신차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2005년 나온 카이런, 액티언도 이미 매각 이전 개발에 착수한 차종이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쌍용차 노조의 점거 농성 배경엔 상하이차의 약속 불이행, 정부의 무책임함 등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근로자들의 분노가 얽혀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쌍용차를 조기에 정상화시켜 새 주인을 찾더라도, 시간에 쫓겨 아무한테나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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