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에너지 연구진들이 자체 개발중인 2차전지를 장착한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의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위) 에스케이에너지가 자체 개발한 2차전지를 장착한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아래) 에스케이에너지 제공
[한겨레 자동차 특집] 정유업체 변화바람
리튬 2차전지·수소전지·바이오부탄올 등 개발 열기
엘지화학·삼성SDI 선두…후발 SK에너지 추격전
리튬 2차전지·수소전지·바이오부탄올 등 개발 열기
엘지화학·삼성SDI 선두…후발 SK에너지 추격전
석유를 태워 달리던 자동차를 전기자동차가 대신하게 되면 누구의 주름살이 늘어갈까.
자동차 산업에서 에너지 대전환이 일어나면서, 수송용 석유제품을 주요 사업기반으로 삼아왔던 정유업체들의 고민이 깊다. 아직은 내연기관과 전기 구동장치를 함께 장착한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정도가 선을 보이고 있지만, 석유 없이 전기로만 달리는 자동차가 도로를 누비고 다닐 때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유업체로선 기름을 사줄 운전자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 석유를 대신할 미래 에너지를 생존 기반으로 삼기 위한 정유업체들의 노력도 필사적이다.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은 리튬이온 2차전지다. 국내에선 이미 엘지(LG)화학과 삼성에스디아이(SDI)가 앞서 치고 나간 상태다. 엘지화학은 제너럴 모터스(GM)의 전기차에 2차전지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등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에스디아이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슈와 합작사를 만들어 최근 베엠베(BMW)가 개발하는 전기차에 2차전지 납품 계약을 따냈다. 엘지화학은 전문 화학기업으로서 소재 분야에 강점이 있고, 삼성에스디아이는 보슈와의 합작으로 자동차 업계의 탄탄한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에스케이(SK)에너지는 이들 기업과 힘을 맞겨룰 수 있는 ‘2차전지 삼국지’의 한 축으로 평가된다. 지난 2006년 국내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2차전지의 차량 탑재 실험에 성공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2차전지의 핵심부품인 ‘분리막’을 세계에서 세번째로 직접 개발해 국내외에 공급하고 있는 등 관련 산업의 자체적인 기반도 갖추고 있다. 에스케이에너지는 “경쟁업체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이 강점”이라며 “조만간 2차전지 공급계약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쪽은 이르면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에스케이에너지는 리튬이온 전지 뿐 아니라 ‘연료전지’ 분야에도 연구개발 역량을 쏟고 있다. 연료전지란 연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얻어내는 장치로 주로 수소를 연료로 쓴다. 연료전지를 탑재한 자동차는 석유 없이 화학물질만을 연료로 삼아 달릴 수 있다. 에스케이에너지는 최근 서울시로부터 상암동 월드컵공원 안에 운영할 ‘수소스테이션’ 건설 사업자로 선정돼, 앞으로 주유소에서 석유나 액화천연가스를 팔듯 수소 연료를 제공하는 사업을 펼친다. 또 석유를 대체할 기름을 식물에서 뽑아내는 ‘바이오 부탄올’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경쟁업체인 지에스(GS)칼텍스 역시 ‘종합 에너지 전문기업’의 기치를 내걸고 미래 에너지 개발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에스칼텍스는 지난 2007년 연세대학교에 국내 처음으로 수소스테이션을 설치했다. 이곳에서 현대차 등과 함께 연료전지차의 운영, 가정용 연료전지와의 연계 운영 등 연료전지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은 수소스테이션으로서는 세계 처음으로 품질·안전보건 경영시스템 인증을 받기도 했다.
지에스칼텍스는 아예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라는 미래 에너지 전담 연구개발 조직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연료전지뿐 아니라 2차전지의 일종인 전기이중층커패시터와 박막전지, 폐식물을 이용해 기름을 뽑는 바이오부탄올 등 다양한 연구개발 사업을 펼친다. 올해에는 전기이중층커패시터에 들어가는 탄소 소재를 만드는 양산공장을 짓기 시작하는 등 눈에 보이는 성과도 내기 시작했다. 지에스칼텍스 홍보팀의 강태화 차장은 “미래 에너지 개발은 생존의 문제지만, 신성장 동력을 찾아낼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석유가 자동차 연료의 유일한 공급원이 아닌 시대를 맞아, 정유업체들이 어떤 미래 에너지로 생존의 돌파구를 열지 눈여겨볼 일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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