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지분구성
회생절차 8개월만에 15일 법원에 제출
상하이차 지분 감자, 채권 일부 무변제 포함될 듯
승인 가능성 높지만 추가지원 없이 장기생존 의문
상하이차 지분 감자, 채권 일부 무변제 포함될 듯
승인 가능성 높지만 추가지원 없이 장기생존 의문
쌍용자동차의 운명을 가를 최종 회생계획안이 15일 법원에 제출된다. 지난 1월9일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8개월만이다. 그 사이 쌍용차는 회사 쪽의 정리해고와 노조의 77일간 파업 등으로 말미암아 큰 홍역을 치뤘다. 한때 평택공장에서 대충돌 직전까지 치달았던 쌍용차는 과거의 부실을 털어내고 과연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
■ 생존 첫단추 꿸 회생계획안 회사가 제출할 회생계획안의 핵심 내용은 지분 재정리와 채권변제에 관한 것이다. 우선 관심은 대주주인 상하이차와 기존 주주들의 책임을 묻는 감자를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가다. 대주주인 상하이차에 책임을 가장 무겁게 물어 현재 51.33%인 지분이 거의 무의미할 정도로 작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20대 1 정도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반 소액주주 지분도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상하이차보다 훨씬 더 작은 비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2대 1 정도로 감자된다면 상하이차는 10%, 소액주주는 90% 정도로 지분율이 바뀐다. 쌍용차 주식은 감자설이 퍼진 14일 14.98%나 빠지면서 하한가(3065원)로 급락했다.
채권은 일정비율을 변제하지 않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쌍용차의 채권 가운데 협력업체 등이 갖고 있는 상업채권 3800여억원과 해외 전환사채(CB) 4400여억원 등 무담보 채권자는 어느 정도 돈을 떼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최종 회생계획안이 법원과 채권단의 동의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계획안은 담보채권자의 75%, 무담보채권자의 67% 동의를 얻어야 확정된다. 용대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삼일회계법인이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3890억원 높다고 실사결과를 내놓았고 파업 때 공장의 피해도 크지 않아 자산가치가 그대로 유지됐다고 보면 ‘존속’ 판단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문제는 채권단의 승인인데 청산 뒤 빚잔치를 벌였을 때 돈을 다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만큼 계획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돈을 떼이게 된 채권단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협력업체 채권단의 최병훈 사무총장(네오텍 대표)은 “협력업체들은 공황 상태에서 사태의 추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장기생존까진 험로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더라도 생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시장에서 통할 새 차를 내놓지 못한다면 산업은행에서 지원받은 운영자금도 멀지 않아 고갈될 것이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개발을 끝낸 신차 ‘시(C)-200’(사진) 대량생산 준비에 15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은 “추가 지원은 없다”고 못박았다. 류희경 산은 구조조정실장은 “추가지원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며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는 대로 대규모 증자를 실시하고 인수자를 찾아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계획대로 진행될 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매각설도 나오고 있다. 이미 서울인베스트라는 투자회사가 3000억원 규모로 쌍용차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상태고, 그 외에도 자본시장에서 일부 인수 움직임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에 대해 산은의 한 관계자는 “전략적 투자자(SI)를 찾아보고 정 안되면 재무적 투자자(FI)도 고려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안수웅 엘아이지(LIG) 투자증권 센터장은 “피닉스의 영국 로버 인수나 서버러스의 미국 크라이슬러 인수 등 사모펀드의 자동차 회사 인수는 모두 결과가 안좋았다”며 “단기적인 주가 차익만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성격상 얼마나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생존이 급한 쌍용차가 사모펀드에 손을 내밀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쌍용차 인수 가능성이 언급되는 인도·대만·러시아 등의 완성차 업체들도 상하이차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현영석 한남대 교수(경영학)는 “현재 상태로는 쌍용차의 장기 생존은 쉽지 않다”면서 “기업가 정신과 든든한 재무력을 갖춘 업체가 멀리 내다보고 과감하게 자동차산업에 뛰어드는 길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김경락 기자 sublee@hani.co.kr
쌍용차 기업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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