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옵션선택 폭 넓힌 ‘마이 초이스’ 프로그램 도입
배보다 배꼽이 큰 불합리한 관행 변화 이끌지 관심
배보다 배꼽이 큰 불합리한 관행 변화 이끌지 관심
새 차를 구입하려는 운전자들은 선택사양으로 어떤 걸 골라야 할지 한번쯤 고민에 빠진다. 자신이 고른 옵션만 달고 싶은 게 운전자들의 마음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예컨대 선루프를 달아보고 싶은데, 정작 ‘기본형’ 모델에서는 옵션으로 제공하지 않아 낭패에 빠질 때가 많다. 인조가죽에 열선까지 붙은 시트 등 편의사양을 더 제공하면서 가격은 200만원가량 더 비싼 ‘고급형’을 선택해야 선루프를 달 수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수많은 기능을 ‘트림’과 ‘옵션’의 이름으로 다채롭게 묶어서 팔고 있다. 특히 하위 트림에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옵션을 제공하지 않아 상위 트림의 구매를 유도한다거나 안전에 관련된 기능을 편의사양과 함께 묶어서 파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은 “옵션으로 폭리를 취한다”며 분통을 터뜨리지만, 자동차 업체들은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
이달 초 지엠대우가 내놓은 스포츠실용차(SUV) 윈스톰 2010년형의 ‘마이 초이스’ 판매 정책은 차 업체가 내놓은 첫번째 답변으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존 모델에서 자동차가 바뀐 것은 크게 없으나, 비판의 대상이었던 옵션 판매 정책에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우선 기존에 대여섯개나 되던 트림을 세 가지로 단순화했다. 이 가운데 별다른 옵션 없이 차를 쓸 구매층을 위한 엘에스(LS) 트림과 풀옵션인 에스이(SE) 트림을 빼면, 실질적으로 옵션 정책이 적용될 트림은 엘티(LT) 하나다. 엘티 트림 하나에 스타일팩·세이프티팩·프리미엄팩·아웃도어팩·내비게이션팩·딜럭스팩 등 연관 있는 옵션 항목들을 묶은 여섯 가지 패키지가 모두 적용된다. 이를테면 전방주차감지센서와 차체 자세제어장치를 세이프티팩으로, 인테리어 및 장식 관련 항목들을 스타일팩으로 묶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트림을 나눠 옵션 적용을 제한하는 것이 없어졌고, 비슷한 유형별로만 옵션을 묶어 ‘옵션 끼워팔기’의 폐해를 줄였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더욱 쉽게 원하는 사양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엠대우 쪽은 “기존 옵션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실험적으로 시도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불합리한 옵션 정책에 대한 성토가 꾸준했던 탓에 지엠대우뿐 아니라 다른 국내 자동차업체들도 점차 옵션 정책을 수정해가고 있는 추세다. 사실 그동안 옵션 정책과 관련해 지적됐던 가장 큰 문제는, 자동차 안전 기능이 취약해진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동승석 에어백 기능이나 미끄럼 방지장치(ABS) 등은 어떤 모델에는 아예 옵션으로도 적용이 안 돼 운전자 안전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자동차 업체마다 전 차종 전 모델에 이와 같은 안전 기능을 기본 사양 또는 옵션으로 적용하는 등 옵션 정책 가운데에서도 특히 안전기능에 대한 부분은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사이드·커튼 에어백도 폭넓게 옵션으로 적용하고 있다. 차량이 뒤집히는 것을 막아주는 차체자세제어장치(VDC)도 한때에는 고급차에서만 선택할 수 있었지만 최근엔 준중형·스포츠유틸리티 차량에도 옵션으로 제공되는 추세다. 현대차는 최근 출시한 신형 쏘나타에 아예 차체자세제어장치를 기본 사양으로 장착했다. 르노삼성도 2010년형 에스엠(SM)5를 출시하며 기존의 8개 트림을 5개로 줄이고 트림별로 선호도 높은 편의사양을 기본 사양으로 집어넣었다.
그러나 고급형 트림이 아니면 선택할 수 있는 편의사양이 제한되는 등 여전히 국내 차 업체들의 옵션 정책은 개선할 점이 많다. 옵션을 기본 사양으로 집어넣으면서 차 가격을 슬금슬금 올리고 있는 것도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선 옵션 가격이 전체 차량 가격의 40%가 넘는 등 배보다 배꼽이 큰 실정”이라며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옵션 정책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수용 에어백 사양이 수출용보다 1~2등급 낮은 등 국내 안전 기준이 아직 허술한데, 안전기능만큼은 기본 사양으로 넣거나 다른 옵션의 끼워팔기 대상이 되지 않도록 따로 떼어내는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동차 옵션 판매에 대해 몇 년째 불공정 거래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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