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중장기 회생방안
“중·러 업체, 폴크스바겐 등 협상 타진한 적 없어”
12월 매각주간사 나올 것…친환경차 등 추진
12월 매각주간사 나올 것…친환경차 등 추진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다시 중장기 회생 전략을 내놨다. 지난 2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때 내놓은 경영정상화 방안이 주로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외국의 선진 자동차업체를 상대로 대주주 지분을 매각하거나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방안이 회생안의 최종 목표다.
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은 지난 16일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2010년형 체어맨 더블유(W) 시승행사에서 “인수·합병 추진을 위해 선진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찾아가 ‘노크하고’ 있다”며 “(채권단과 법원이)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 늦어도 12월 초에는 매각 주간사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관리인은 인수·합병 협상 대상에 대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경험이 없거나 시장 장악력이 약한 선진업체들이 주요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일부 외국언론과 금융시장에서 떠돌고 있는 독일 폴크스바겐이나 러시아, 중국 업체의 관심설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타진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인수·합병이 어려우면 전략적 제휴를 맺어 선진업체의 자동차를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쌍용차가 이날 발표한 중장기 회생 전략은 크게 네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우선 채무 재조정과 자산매각으로 자본구조를 개선하고, 노사관계를 선진화해 1인당 생산량 등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현재 중대형 스포츠실용차(SUV)에 집중된 제품 구성을, 내년 출시할 새차 ‘시(C)200’을 시작으로 다양한 시장 수요에 맞춘 중소형 ‘크로스오버실용차’(CUV) 중심으로 바꾸는 전략이 제시됐다.
연구개발은 세계 자동차시장의 흐름에 맞춰 고연비·친환경·소형차에 집중하기로 했다. 친환경 디젤엔진을 자체 개발하고 앞으로 5년 안에 전기자동차(EV)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를 만든다는 계획까지도 내놨다. 쌍용차는 이런 회생전략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연간 23만대 판매실적을 거두면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독자 생존안의 종착지는 좀더 규모가 큰 선진자동차 회사로의 편입이다.
그러나 쌍용차의 청사진이 실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어떤 차를 만드느냐’가 인수·합병 추진 때 상대 업체의 관심을 결정지을 요소가 된다. 쌍용차는 이를 감안해 다양한 ‘종합세트’식 계획을 내놨지만, 아직 선진 자동차업체의 관심을 끌만한 쌍용차만의 ‘매력’은 충분치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자동차산업에 새로 들어오려는 사업자들, 저개발 국가에 진출하려는 선진업체 등 다양한 틈새시장의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운명은 오는 11월 6일로 예정된 마지막 관계인 집회(채권단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유일 공동관리인은 “자산매각 등으로 1100억원대의 추가 담보여력을 확보했고 외국에서 투자도 있다”며 “회생계획안이 인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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