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도요타 ‘조심조심’ 한국 상륙

후노 유키토시 도요타자동차 부사장(왼쪽)과 치기라 타이조 한국도요타자동차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신차발표회에서 ‘캠리 하이브리드’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판매대수 연연안해…고객과 좋은 관계 희망”
캠리·프리우스 등 가격 낮춰 국내차와 경쟁

도요타가 4개 차종을 앞세워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도요타자동차는 20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신차발표회를 열어 이날부터 공식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종전의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가 아닌 ‘도요타’ 자체 브랜드로 국내 대중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어서 수입차 뿐 아니라 국산차와도 격돌이 예상된다.

이날 도요타가 들여온 차종은 중형 세단인 캠리의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 스포츠실용차(SUV)인 아르에이브이(RAV)4 등 4개 차종이다. 캠리는 전 세계에서 1200만대가 팔린 베스트셀링카다. 하이브리드차의 표준이라 불리는 프리우스는 1.8ℓ 엔진을 새로 얹은 3세대 모델이 들어왔다. 캠리 하이브리드가 19.7㎞/ℓ, 프리우스는 29.2㎞/ℓ의 국내 공인 연비를 획득했다. 이들 모두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도요타의 ‘대표선수’들이다.

도요타가 앞세운 주력 차종이 3000만원대 차라는 점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는 물론 국산차와도 경쟁 양상을 띌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캠리 가격은 3490만원으로 책정했다.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의 가격대여서 두 차종을 모두 위협할 수 있다. 아르에이브이4 4륜구동 역시 3490만원으로 책정돼 현대차의 신형 투싼과의 가격 차이를 좁혔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4590만원, 프리우스는 3790만원이다.

도요타가 가격과 성능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더라도 당장 한국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회에서 도요타는 “판매대수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사회공헌 활동과 기업문화 소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판매 목표도 4개 차종을 합쳐 올해는 한달 평균 500대, 내년엔 700대 수준으로 제시했다. 도요타 본사의 후노 유키토시 부사장은 “한국 공급물량을 대폭 늘리거나 새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 없다”며 “대량 판매보다는 고객과 좋은 관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도요타 효과’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차 업계는 “아무리 도요타라도 수입차로서의 한계는 있다”는 태도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강철구 이사는 “국산차들도 국외 시장에서 도요타와의 경쟁에 눌리지 않는다”며 “국내 시장에서 국산차와 경쟁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도요타가 환율 효과로 예상보다 가격을 더 낮춤에 따라 국산차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판매량을 월평균 500대를 언급했지만 이는 신중하고 보수적인 도요타의 기업 스타일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김 교수는 “도요타가 현재 3.9%까지 떨어진 수입차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수입차의 약점인 사후관리와 높은 부품가격 등을 어느 정도 만회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