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싼 아이엑스(ix)
투싼 아이엑스(ix) 시승기
현대차의 ‘투싼 아이엑스(ix)’(사진) 광고는 싱글남의 질투를 부추긴다. 도로를 시원하게 질주하는 신형 투싼을 앞세워 “당신이 티브이 앞에 앉아 헤어진 여자친구를 떠올리는 지금, 아이엑스는 새로운 여자친구의 웃음소리와 함께 고속도로에 들어서고 있다”는 말로 슬슬 자극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얼마나 섹시한 차이기에 싱글남을 우롱하는 것일까.
확실히 겉모습은 ‘섹시’를 표방할 수 있을 정도로 세련된 느낌을 줬다. 쿠페 스타일로 깎인 유선형 동체와 물 흐르듯 연결된 옆선이 단단한 스포츠실용차(SUV)의 느낌을 좀더 유연하게 만들어줬다. 여기에 눈꼬리가 길게 뻗어 쪽 째진 헤드램프와 마스크를 쓴 듯한 그릴이 강렬한 인상을 더했다. 기존 투싼보다 앞뒤 길이는 길어졌지만 높이가 낮아져 승용차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운전석은 마치 우주선 조종석에 앉은 것 같다. 운전자 편의를 위해 세심하게 배려한 부분들이 엿보인다. 운전대에 붙은 각종 단추들은 손가락 하나로 바로 조종이 가능할 정도로 직관적이다. 운전대와 기어 손잡이가 유난히 작다. 큼직하고 선 굵은 스포츠실용차들은 도저히 채용할 수 없는 디자인이겠지만, 왠지 신형 투싼에는 잘 어울린다.
엔진은 기아차의 쏘렌토 아르(R)와 같은 2.0ℓ 디젤 아르를 얹었다. 페달을 밟는 순간 차는 망설임 없이 바퀴를 돌린다. 가속페달을 꾹 밟아도 변속할 때의 변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184마력에 최대토크 40㎏·m, 연비 15.4㎞/ℓ로 ‘유로5’ 기준을 만족시키는 차다.
잘 나가는 대신 묵직한 맛은 좀 떨어진다. 밟으면 밟는 대로 나가고 전동식 운전대도 꺾는 대로 꺾인다. 차 바퀴가 지면과 마찰을 일으킬 때의 느낌이나 운전대를 꺾을 때의 저항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운전이 조금 밋밋할 수도 있겠다.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열었더니, 달릴 때는 못 느꼈던 디젤엔진 특유의 달달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뒷좌석과 수납공간은 이전보다 넓어지진 않았지만 그만하면 충분해 보였다.
신형 투싼은 종전 모델에 견줘 세련된 디자인에다 뛰어난 주행 성능, 운전자 편의성 등의 장점을 고루 갖췄다. 20~30대 싱글이 섹시미를 자랑하며 멋들어지게 도심을 달릴 용도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연령층의 운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은 차다. 이륜구동 기준으로 디젤 모델 2135만~2700만원, 가솔린 모델 1870만~2400만원.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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